1일 오후 5시 13분경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1층 현관으로 검은색 관용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검은 양복 차림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량에서 내렸다. 윤 총장은 곧바로 마중 나온 조남관 대검 차장의 손을 맞잡았다. 조 차장의 뒤로 대검 간부와 직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윤 총장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효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이 알려진 지 약 40분 만에 대검 청사로 출근했다. 지난달 24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명령을 한 지 7일 만이다. 서울 서초구의 자택에 머물던 윤 총장은 법원 결정 내용을 확인한 직후 변호인에게 곧바로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출근할 때 주로 지하주차장에서 내린 뒤 곧바로 건물 8층의 총장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와 달리 대검 1층 현관을 통해 걸어 들어갔다. 윤 총장이 1층 현관으로 출근한 것은 지난해 7월 취임식 당일 이후 처음이다. 윤 총장이 대검 청사 로비를 지날 때 대검 검사 수십 명이 로비로 나와 윤 총장의 출근을 지켜봤다. 곳곳에서 검사들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윤 총장은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이렇게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찰 구성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우리 구성원보다도 모든 분들에게 공직자로서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답했다.
윤 총장은 집무실 도착 직후 검사와 수사관 등 직원들에게 ‘전국의 검찰 공무원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이 글에는 “직무정지 등으로 여러분들께서 혼란과 걱정이 많으셨으리라 생각한다. 검찰이 헌법 가치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평등한 형사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윤 총장은 “형사사법 관련 제정·개정법 시행이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며 “충실히 준비하여 국민들이 형사사법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도 썼다.
윤 총장은 오후 6시부터 2시간에 걸쳐 대검 간부들로부터 밀린 업무보고를 받았다.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하는 대전지검의 수사 상황도 조만간 보고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여권 일각에서 ‘추 장관과의 동반 사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하자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상대로 동반 사퇴를 권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추 장관이 검사징계위원들을 밀어붙여 윤 총장의 해임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추 장관을 면담했다. 추 장관은 대통령 면담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와도 10여 분간 면담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대통령 보고 때와 총리 면담 시 (추 장관)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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