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의 다짜고짜 ‘전화·문자 대시’…처벌은 어렵다?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2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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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전화가 울린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는 낯선 사람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불안감이 커진다.’

최근 60여명의 대학생들이 실제로 겪은 일이다. 경찰은 연세대 등에 다니는 여대생 65명에게 만나자는 문자를 보낸 30대 남성을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남성은 지난달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일부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서모씨(27)는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은 당사자였으면 진짜 무서웠을 것이다”며 “대책 마련을 해야지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지적했다.

직장인 장모씨(26) 역시 “그럼 앞으로 누군가 똑같은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는 거냐”고 되물었다. 온라인에서도 “이게 왜 범죄가 안 되느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낯선사람이 연락한 것만으로는 처벌 어려워”

경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온라인에 공개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남성이 인터넷 카페에 공개된 연락처를 이용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화를 걸어서 협박이나 사기 등 범죄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온라인에서 정치인이나 의사, 교수 등의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한다고 해서 막거나 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도 경범죄 처벌법 밖에 적용이 안 된다”며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범죄 행동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 수많은 개인정보…“개인이 철저히 관리해야”

이처럼 낯선 사람에게서 연락이 와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상의 개인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뉴스1>이 직접 검색해 본 결과 주요 포털사이트에 학번 등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어렵지 않게 대학생들의 연락처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신입생 모임이나 동아리 카페에 올라와 가입 인사였다. 거주지와 사진까지 올린 학생들도 있었다.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공개된 연락처를 이용해 전화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온라인에는 범죄에 활용될 소재거리는 상당히 많다”며 “스토킹부터 장난전화는 물론이고 추가 개인정보까지 수집하면 정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효과가 생겨 범죄로 활용하려고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처벌이 마땅치 않다면 개인 차원에서 이런 연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해야 이런 행위들을 막을 수 있다”며 “연락이 왔을 때 이런 전화를 원치 않는다고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전화를 원치 않는다고 했는데도 지속적으로 전화하면 그땐 범죄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개인정보가 과거와 달리 악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주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역시 “법원이나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내 개인정보는 스스로 지킨다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인터넷에 정보를 올릴 땐 카페회원에게만 공개하거나 비공개로 설정해 놓는 등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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