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과 측근 관련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48·사법연수원 28기)가 1일 사의를 밝혔다. 추미애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직무배제와 징계청구 등을 통한 검찰총장의 해임 강행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추 장관과 가까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23기)의 핵심 참모였던 김 차장마저 이탈하면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 들고 있다.
김 차장은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넘버2’로 실세 차장 역할을 해 왔다. 1차장검사 직전 4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n번방’ 사건, 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지휘했다. 올 7월 인사 때 1차장검사로 이동했으며, 지난달 24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 윤 총장의 장모 최모 씨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격 기소한 사건을 지휘했다. 이 때문에 연말로 예정된 ‘검사장 승진 0순위’로도 불렸다. 김 차장의 장인은 김대중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고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다.
서울중앙지검은 2일 오후 “김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검사들 사이에서 1차장검사 외에 최성필 2차장검사와 이 지검장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급속하게 퍼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지검장과 2차장검사의 사의 표명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 지검장이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지목돼 거부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했다.
검사들은 김 차장의 사의를 두고 “여권의 윤 총장 강제 퇴출 시나리오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심리적 반발감이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윤 총장을 겨냥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중앙지검 수뇌부에 대한 일선의 불만을 김 차장이 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차장이 이 지검장을 만나 일선의 누적된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이 지검장은 사표를 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자 김 차장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던진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지검장의 리더십이 더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청 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해 온 김 차장의 이탈로 이 지검장의 책임론을 거명한 평검사와 중간간부 그룹에 대한 리더십 공백 사태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사건을 사건대로 풀어가지 않고, 윤 총장을 몰아내라는 여권의 기대에만 부응하려는 사람은 검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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