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석관초등학교. 이 학교 주변에 지정돼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은 기존에 알던 스쿨존과는 크게 달랐다. 50m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스쿨존 전체가 어두운 붉은색(암적색)으로 포장돼 있었다. 바로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가 손을 잡고 설계한 ‘서울형 스쿨존 표준모델’이다.
스쿨존 여부를 식별하기가 예전보다 크게 수월해지면서 벌써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변을 지나던 한 운전자는 “인근에 지하철역과 시장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스쿨존이 한눈에 들어와 표지판이나 내비게이션 안내 없이도 자연스레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고 전했다.
○ “스쿨존에서 급브레이크 소리 사라져”
석관초 스쿨존은 현재 서울형 스쿨존 표준모델이 처음 시범 운영되는 장소. 경찰 관계자는 “서울 초등학교 가운데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학교 앞 2차선 도로 건너편에 문구점과 학원, 분식집 등이 있어 도로를 부주의하게 건너려고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형 스쿨존은 전 구간 도로를 암적색으로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한 것 외에도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비 오는 날에도 야간에 운전할 때 어린이보호구역인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스쿨존 시작 지점에 발광다이오드(LED) 표지판을 설치했다. 아이들이 주로 통학하는 건널목에는 ‘고원식(高原式) 횡단보도’를 마련했다. 이 횡단보도는 도로보다 높게 만들어 과속방지턱 기능도 한다. 보행 신호등도 차별화했다. 길을 건널 수 있는 녹색불이 들어오면 “좌우를 살피세요”라는 안내 목소리도 함께 흘러나온다. 또 곳곳에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와 실시간 속도측정기를 설치해 차량 감속을 유도했다.
인근 주민들은 “과거보다 훨씬 안전해졌다”며 반가워했다. 학교 건너편에서 문구점을 하는 A 씨는 “과거엔 제한 속도는커녕 신호도 지키지 않는 차들이 정말 많았다. 문구점에 있으면 일주일에 2, 3번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젠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보안관인 B 씨는 “교문 앞에 늘어서 있던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없어진 점이 가장 후련하다”고 했다.
개선을 바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 이모 씨는 “암적색 도로가 너무 넓게 깔려 있어 오히려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며 “주요 통학로를 중심으로 암적색 포장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미끄럼 방지 포장이 너무 거칠어서 아이들이 실수로 넘어졌다가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 다양한 아이디어로 어린이 보호
지방자치단체들의 어린이 보호를 위한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2019년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도로교통법(일명 민식이법)에 따라 전국 지자체는 2022년까지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이에 더해 다양한 시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어린이 교통안전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서울 서초구가 2018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인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양옆 바닥에 LED 유도등을 매립해 횡단보도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효과를 주는 시설이다. 서울 종로구는 올해 어린이보호구역에 진입하는 이면도로에 노란색 정지선을 설치했다. 정지선과 같은 45cm 폭의 차선테이프에 ‘어린이보호구역’ 글씨를 음각으로 새겨 바닥에 부착해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를 낸다. 서울 노원구, 구로구는 횡단보도 진입 부위 바닥에 LED 신호등을 깔아 시선을 아래로 둔 보행자들도 쉽게 신호 변화를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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