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전기車 배터리 산업화센터’ 설립… 신재생에너지 사용 핵심 도시로 발돋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일 03시 00분


[그린뉴딜, 지방정부가 이끈다]전기차 배터리 산업 선점한 제주
지방자치단체 최초 전기차 2만대 돌파
신재생에너지 점유율 전국 최고 수준
“세계 배터리 산업의 길잡이 역할할 것”

제주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에서 직원들이 배터리를 분해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사용할 수 없어도 부품으로 쓰인 희귀 금속을 회수할 수 있어 유망한 그린뉴딜 사업으로 꼽힌다. 제주도 제공
제주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에서 직원들이 배터리를 분해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사용할 수 없어도 부품으로 쓰인 희귀 금속을 회수할 수 있어 유망한 그린뉴딜 사업으로 꼽힌다. 제주도 제공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Carbon Free Island).’

제주도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끌어올리고 도내 자동차의 75%를 전기차로 바꾼다는 목표를 세운 건 2012년. 그린뉴딜 정책을 굉장히 일찍 시행한 셈이다. 제주의 전력 사용량 중 신재생에너지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4.4%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기차는 올 8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2만 대를 돌파했다.

‘그린뉴딜 프런티어’로 자부하는 제주도가 그린뉴딜 핵심 사업으로 선택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를 만들었다. 전기차에서 사용한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방안을 만들기 위한 거점이다.

○ 배터리 활용 필요성 커져
올해 국내 보급된 전기차는 약 12만 대.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2022년까지 43만 대, 2025년까지 113만 대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전기차를 폐차할 때 배출되는 배터리도 늘어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최소 20만 개가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에도 올 10월까지 들어온 배터리는 138개지만, 2030년이면 연간 2만 개 이상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는 반입된 배터리의 잔존가치 등 성능을 평가해 분류한 뒤 사용할 수 없는 배터리는 분해해 금속을 회수한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희귀 금속이 포함돼 있다. 이를 그냥 버리면 환경이 오염되지만 제대로 회수하면 원재료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다시 쓸 수 있다고 평가받은 배터리는 재사용을 위해 다시 제조한다. 배터리 초기 용량이 70∼80% 이하로 떨어지면 주행 거리가 줄고 충전 속도가 느려져 자동차에 사용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소형 기기의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하는 장치)로 활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현재 제주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는 배터리를 ESS로 만들어 가로등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또 전기스쿠터와 농기계 운반차량의 소형 충전기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 배터리 산업 길잡이 역할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 기존의 중앙 공급 방식에서 마을·도시 단위의 자급자족 형태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전력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게 조절하고 저장할 수 있는 ESS의 수요도 커진다.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방안이 그린뉴딜 사업 중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까지 배출량이 거의 없어 이를 활용할 산업 자체가 걸음마 단계다. 국제적으로도 배터리 재사용에 대한 표준 체계나 안전성 문제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다. 재사용 배터리를 상용화하려면 관련 규제나 법을 개선해야 하는 점도 숙제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빨리 해결해야 향후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에 배터리 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도는 조례 등을 제정해 배터리를 활용한 제품을 먼저 상용화하고, 정부는 제주도가 만든 제품을 모니터링하며 적극적으로 관련 법과 규제를 개선해 배터리 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그린뉴딜#제주#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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