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원서를 내고도 시험은 치르지 않는 수험생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치면서 ‘수능 결시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 인구가 매년 큰폭으로 줄면서 올해 처음으로 수능 접수 인원이 50만명을 밑돌게 된 가운데 결시율까지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상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문제’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5만5000여명이 감소한 49만3000여명이 응시 원서를 냈지만 실제 응시 인원은 이보다 더 적어 44만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수능 결시율은 2010학년도 5.8%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8학년도에 10.5%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1.7%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이보다 2%P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지난 6월·9월 모의평가 결시율을 바탕으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결시율이 2%P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최대 3%P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올해 수능의 관건은 문제 난도보다 결시율”이라며 “수험생 자체가 준 상황에서 결시율까지 높아지면 등급 커트라인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9월 모의평가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결시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지난해 6월·9월 모의평가 결시율이 각각 13.7%와 17.0%를 기록한 데 비해 올해는 18.2%와 20.0%로 많게는 4.5%P까지 차이가 났다.
결시율이 높아진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여파가 첫손에 꼽힌다. 확진되거나 자가격리자가 될 경우 논술·면접·실기 등 대학별고사 응시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거의 적용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위주로 수시에 지원한 수험생 사이에서 수능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수를 염두에 두고 결시하거나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전형에 하향지원하고 수능을 포기한 수험생도 늘어났을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고3 수험생 고모양(18)은 “이미 대학에 합격했는 데도 친구들을 위해 성적을 깔아주려고 수능을 보겠다던 아이들도 최근 응시를 포기한 경우가 많다”며 “개인적으로도 오는 13일에 가고 싶었던 대학에서 적성고사가 예정돼 있어 수능 응시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수능은 영어·한국사를 제외한 다른 과목은 상대평가여서 응시 인원이 줄어들면 등급 구간별 인원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특히 1~2등급 상위권 학생들의 대입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가령 응시 인원이 100명일 때 4등을 한 학생이 있다면 1등급을 받게 되지만 응시 인원이 95명으로 줄어들면 똑같이 4등을 해도 2등급을 받게 된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응시 인원이 줄어들면 백분위 점수가 낮아지고 표준점수도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김 소장은 “등급 산정 시 모집단이 되는 인원이 줄면 자연스럽게 등급 커트라인이 높아지게 된다”며 “가령 응시 인원이 많을 때는 92점까지 1등급을 줬다면 응시 인원이 줄면 93점, 94점을 받아야 1등급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시율 상승에 따른 상위권 수험생의 경쟁 심화는 문과 계열에서 더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문과보다 이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수능 응시를 포기하는 학생도 문과 계열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지난해 수능의 경우도 수학 가형(이과) 결시율은 8.1%에 그친 반면 수학 나형(문과) 결시율은 11.9%에 달했다”며 “올해는 코로나19 불안이 가중된 상황이기 때문에 중위권 이하 문과 수험생의 경우 수시 하향지원으로 대학을 선택하고 수능은 포기하는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과든 이과든 상위권 수험생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에 2점짜리 1문제를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며 “낯선 환경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실수하지 않는 수험생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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