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시청사인 부산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 1층 사무실에서 만난 김윤선 부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59)은 “부산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부산시 농업정책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의 농업지역은 기장군과 강서구 등 두 곳이지만 어촌을 끼고 개발이 한창인 기장을 빼면 강서가 유일하다. 낙동강 하구를 끼고 농토가 넓은 강서는 부산 시민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보고(寶庫)이자 환경보호의 전진기지와 같은 곳이다. 부산의 허파라고 보면 된다.
농업기술센터는 이 허파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관이다. 농업인 2만여 명이 생산한 농산물에 가치를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농민에게는 삶의 터전을, 도시민에게는 쉼터를 가꾸도록 돕는 싱크탱크인 셈이다. 이 기관을 이끌고 있는 김 소장은 부산의 도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 종합발전계획에 농업을 포함시키고, 강서지역 개발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지난해 7월 시농업기술센터 63년 역사상 첫 여성 소장으로 부임했다. 1982년 경북 영주시(당시 영풍군) 농촌지도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38년 만에 오를 수 있는 맨 끝자리에까지 왔다. 지금은 농촌지도직에도 여성 진출이 활발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드물었다. 그래서 그가 가는 길이면 처음이란 수식어가 뒤따랐다. 2016년에는 기장군 농업기술센터 첫 여성 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농민과 동고동락하기 위해 이 직을 선택했고,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따뜻한 농촌지도사업을 벌이기 위해 지금껏 달려왔지요.”
1년 5개월 동안 부산 농업의 수장으로 근무한 소감을 묻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마트팜 확대 등 계획한 일을 많이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35년 전 강서시대를 연 대저동 기존 청사를 허물고 새 청사를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씨앗을 뿌렸지만 예산 확보와 설계, 착공까지 마쳐 부산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기존 청사 자리에 4층 규모로 짓고 있는 새 청사는 내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그가 소개한 농업기술센터 사업은 다양했다.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귀농귀촌교육을 통해 59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들에게는 농업 이론교육에서부터 각종 작물 재배실습, 농가견학 등으로 귀농과 창농을 도왔다. 미래 첨단 농업에 대비해 스마트팜 시험교육장과 수직형 스마트팜 조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활발하자 전자상거래, 스마트스토어 사업 진출도 돕는다.
도시 지역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이나 화초 등을 키우는 도시농업은 센터의 자랑거리. 텃밭 가꾸기와 공기정화식물 키우기, 치유와 도시재생 농업으로 도시인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5년 역사의 부산도시농업박람회는 도농 간 공존을 시도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외국 현지를 방문하거나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해 실시하는 해외농업기술 전수는 부산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사업. 부산자매도시 관계자 초청 국제농업연수도 한몫하고 있다.
“농업인의 절반은 여성입니다. 여성들도 더 이상 보조자로서 농업인이 아니라 당당히 직업인으로서 농업인이란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농업의 가치 실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김 소장은 “이제 농업인도 소득에만 치중하지 말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미한 품격을 높여가야 할 때”라며 “그래야만 농업인의 위상도 높아지고 사회적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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