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인류의 ‘희망사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의 마음을 솟대에 담아 하늘로 올려 보냅니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 금수산 자락에 있는 ‘능강솟대문화공간’. 국내 유일의 ‘솟대’ 전시 및 체험 공간인 이곳은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26일부터 기념전을 연 조각가 윤영호 관장(75·사진)은 “솟대는 인간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늘을 향한 희망의 메신저”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에 솟대가 인류의 희망을 실현시켜 주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솟대는 기러기나 오리 같은 새를 높은 장대 위에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삼한시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소도(蘇塗)에 솟대를 세워 소망을 하늘에 기원했다. 윤 관장의 솟대 외길 인생은 1985년 시작됐다. 서울의 한 미술관장이던 그는 권옥연 화백의 작품 ‘산마을’에서 발견한 솟대에 빠져들었다.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뒤지고 민속학자와 역사학자들을 찾아다니는 등 솟대 알기에 매진했다.
1988년 가을 경기 광교산 자락의 친구 오두막집을 빌려 솟대를 깎기 시작했고, 5년 뒤 첫 솟대조각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솟대는 자연 그대로를 담아낸다. 조각이지만 가지를 자르고, 홈을 파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세우는 것이 전부이다.
윤 관장은 “하늘에 인간의 희망을 전달하는 매개체에 인공의 냄새가 강하면 안 된다”며 “인위적이고 정형화돼 정(靜)적인 모습의 기존 솟대와 달리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동(動)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로 작업 공간을 옮긴 그는 2005년부터는 홍익대 회화과를 나온 둘째아들 태승 씨(45)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광주 비엔날레 특별 초대전, 국회 의원회관 희망솟대 퍼포먼스, 청와대 영빈관과 대통령 옛 휴양시설 청남대 등에서 활발한 전시 및 설치 작업을 해왔다.
2007년에 솟대문화공간을 찾은 도올 김용옥은 ‘차세하유 경선경 소도개벽 신천지(此世何有 更仙境 蘇塗開闢 新天地·세상 어디에 이런 선경이 있겠는가. 솟대를 세운 신성한 성지가 처음 열리니 이곳이야말로 신천지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한 해 수만 명이 찾는 솟대 문화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윤 관장은 “솟대문화공간을 가꾸는 데 곁에서 큰 힘이 돼 준 아내와 아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라며 “우리의 솟대 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희망을 나누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관 15주년 기념전은 6일 마무리됐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솟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솟대문화공간에는 2006년 광주비엔날레 주제 출품작인 ‘열풍 변주곡’ 등 현대적 조형언어로 재구성된 80여 점의 솟대 등 작품 4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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