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 같았던… 밀입국 中보트 검거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7일 03시 00분


불법체류자 태우고 中귀환 보트
어민이 신고… 무인도 해상 은신도
해경, 헬기 동원 추격전 끝에 잡아

© 뉴스1
© 뉴스1
4일 오전 8시 23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바닷가 인근 해상. 낚시어선 A호는 흰색 모터보트에 사람 3명이 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트에 배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고 승선원 3명이 착용한 구명조끼는 한국 선원들의 것과 달랐다. 보트는 길이 5m에 폭 1.3m, 무게 1t급의 작은 배였다.

A호 선장은 주민 500명에 불과한 가거도 어선을 거의 알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배였다. A호 선장은 해경에 “의심스러운 배가 보인다”고 신고했다. 신고 직후 이 의문의 보트는 갑자기 가거도 북서쪽 해상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속도는 시속 37km로 빨랐다.

해경과 해군은 경비함정과 헬기, 항공기 등 10여 대를 투입해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해경과 해군은 2시간 반 만인 이날 오전 10시 55분 가거도 북서쪽 28km 해상에서 보트를 검거했다. 배 안에는 40대 중국인 선장 B 씨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은 B 씨 등이 중국에서 보트를 타고 가거도에 도착해 국내에 불법 체류하던 중국인 1명을 태우고 되돌아가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6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B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국에서 출항한 B 씨는 가거도에 도착할 무렵 높은 파도와 강풍이 일어 인적이 드문 무인도 인근 해상에서 한동안 숨어있었다고 한다. B 씨 등은 은신해 있다가 중국으로 몰래 되돌아가려 했지만 어민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해경은 B 씨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국토 최서남단인 가거도는 “중국에서 닭이 울면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과 가깝다. 중국 칭다오로부터 490km 떨어졌고 직선 최단거리는 385km다. B 씨의 보트로 한국과 중국 사이 서해안을 횡단하는 데는 10시간 정도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보트는 높은 파도가 치는 등 기상이 안 좋을 경우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밀입국#중국#검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