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주말 밤 9시 ‘멈춰버린 서울’
“9시전 장보자” 마트 계산대에 긴줄
할인품 밀착구매, 거리두기 역행도
“카페도 못 가고 도서관도 문 닫아 갈 곳이 서점밖에 없어요.”
6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서점. 노원구에 사는 김옥희 씨(61·여)는 주말인 5, 6일 이틀에 걸쳐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김 씨는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선지 서점으로 몰려서 자리를 잡으려면 오전에 일찍 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 서점에 있는 3, 4인석 좌석 21곳은 이미 꽉 차 빈자리가 없었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일 0시부터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PC방, 독서실 등 일반관리시설도 기존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전면 중단해 주말 도심은 대체로 한산했다. 하지만 대형서점처럼 인원 수 제한 지침이 없는 업소들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서울에 있는 PC방과 노래방, 영화관이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으며 인근 경기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대형마트는 오후 9시 영업 종료 전 미리 장을 보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6일 오후 3시경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 계산대 10곳은 모두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3m 너비의 할인제품 진열대 앞은 30여 명이 몸을 밀착한 채 제품을 골랐다. 정모 씨(47)는 “평소 주말엔 한산해지는 오후 9시 이후 장을 봤는데, 이젠 그럴 수 없어 미리 나왔다”며 “마트 특성상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아 불안하긴 하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있는 PC방, 노래방 등이 5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하자 경기나 인천 지역으로 찾아가는 이들도 생겨났다. 대학원생 A 씨(27)는 5일 대중교통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경기 안산의 한 PC방을 찾아갔다. A 씨는 “5일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친구 집에서 자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6일 오후 7시경 서울 구로구 개봉동과 도보로 200m 남짓 떨어진 경기 광명시의 한 PC방에는 120여 명이 몰려 있었다. 구로구에서 넘어왔다는 B 씨(23)는 “서울 PC방이 9시 이후 문을 닫는다고 해서 광명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구로구의 PC방은 이른 시간부터 마감 준비로 분주했다.
영화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경 서울 영등포구의 CGV 영화관은 주말인데도 표를 끊는 관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30분간 현장발권기로 티켓을 끊는 이들은 고작 7명뿐이었다. CGV 관계자는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제한되면서 5, 6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4000여 명이 예매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반면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영화관은 오후 8시 이후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고 200명이 넘는 관객들이 찾아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방역지침을 피한 풍선효과는 방역을 ‘밑 빠진 독’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현 시점에선 국민 스스로 ‘3단계’에 준하는 거리 두기를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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