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씨(SDJ코퍼레이션 회장)에 대한 ‘비상임 고문’ 보수 지급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롯데케미칼이 잠실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009년 롯데케미칼은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임원이었던 신씨를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하고 2015년 10월까지 보수를 지급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지난 2017~2018년 롯데케미칼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2012년에 신씨에게 준 보수 10억원은 업무와 관련 없이 지급된 것으로 판단한 뒤 법인세 산정 시 손금불산입하기로 하고, 잠실세무서장에게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잠실세무서장은 2018년 롯데케미칼에 법인세 및 가산세 3억여원을 증액경정·고지했고,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했다.
롯데케미칼은 각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행정소송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신씨가 사업확대·수익증대에 실질적 역할을 하는 한편 롯데그룹 고문 직책에 맞는 통상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보수가 업무 무관 비용임을 전제로 한 처분들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씨에게 지급된 보수가 비상근 고문으로서 직무집행에 대한 정상적 대가라기보다는,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나누기 위해 보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롯데그룹 일반 임원들에 대한 보수가 정책본부 인사팀에서 만든 ‘임원 보수 테이블’에 근거해 결정되는 것과 달리 신씨에 대한 보수는 이 절차를 무시한 채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신격호 명예회장이 신씨에게 지급해야 할 연간 보수총액을 10억원 단위로 결정하면, 정책본부 지원실에서 보수총액을 계열사들의 재정상황이나 관련성, 이사 등기 여부 등을 형식적으로 고려해 세무적으로 문제가 덜 되게 계열사별로 나누는 방법으로 결정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롯데케미칼과 신씨 사이에 위임계약서나 역할, 업무 범위, 보수 등을 정하는 계약서가 일절 작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롯데케미칼이 신씨에 대한 보수를 결정하는 데에는 오직 신 명예회장의 지시만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것”이라며 “보수가 합리적인 평가나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된 것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에 머문 날짜는 약 14% 정도에 불과했고, 스스로도 롯데케미칼 사무실에 출근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임원을 포함한 롯데케미칼 직원 대다수도 신씨를 만나본 적조차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고문이라는 직책의 직무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체류일수나 출퇴근 관계, 롯데케미칼 직원들과의 교류 여부 등에 비춰 신씨는 연간 10억원이라는 거액의 보수를 지급받는 고문에 걸맞는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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