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1일 오후 2시52분쯤 제주도 세화항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던 채낚기 어선 A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이 해역의 파고는 2.5미터에 달했고 강한 바람에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A호에 타고 있던 승선원 7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 이들을 구한 건 해경이 아닌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나라호(12톤)였다.
나라호처럼 바다에서 재난을 당한 인명을 구조한 개인, 단체 등이 ‘바다의 의인’에 선정됐다.
해양경찰청은 2018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바다 사고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을 펼친 선장 3명과 2개 단체를 ‘바다의 의인’으로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개인 수상자는 이창민(56) 나라호 선장, 정병호(56) 화성호 선장, 지의경(57) 정일호 선장 등이며 단체는 해양구조협회 경남서부지부와 서귀포시 소재 ‘리솜 퍼시픽 마리나’다.
정병오 화성호 선장은 지난달 8일 오후 1시11분쯤 여수시 초도 인근에서 암초에 부딪혀 침수하는 낚시어선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선원 등 9명 모두를 구조한 공로다.
정 선장이 이들을 구조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이 낚시어선은 침몰했다. 정 선장의 재빠른 구조 덕에 이들은 아찔한 순간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
지의경 정일호 선장은 지난달 8일 오후 6시26분쯤 흑산도 인근 해상에서 어선이 전복되자 해양경찰과 합동 구조를 실시해 승선원 10명 중 7명을 구조했다.
이날은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높은 파고로 인해 구조 여건이 좋지 않은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 선장의 활약으로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다.
단체 부문에 선정된 서귀포시 소재 ‘리솜 퍼시픽 마리나’는 지난 9월22일 범섬 인근 바다에서 다이버 3명이 나오지 않아 해경과 수색에 동참해 3시간 만에 그들을 발견, 구조했다.
경남 통영시 소재 해양구조협회 경남서부지부는 2014년 설립돼 거제 홍포선착장 실종자, 고성 소재 조선소 추락 실종자, 홍도 다이버 미출수자 등 수색·구조 임무에 꾸준히 동참한 공로가 인정됐다.
해경청 관계자는 “해경 경비함정 1척당 서울시 면적(605.2㎢)의 약 10배(6385㎢)를 담당하고 있어 신속한 임무 수행에 민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해양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힘을 보태준 모든 ‘바다의 의인’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해경청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개인 7명과 5개 단체를 ‘바다의 의인’으로 선정했으며 상장과 함께 기념패, 선박 부착용 동판 시상으로 그 업적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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