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그들의 주저와 우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추 장관은 8일 페이스북에 “법의 수호자인 법관에게 어느 편이 돼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판사 개인 정보 불법 수집 사찰’ 의제는 판사 개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적었다.
추 장관은 “재판의 목표이자 기준인 민주주의적 가치, 인권과 공정이 위협받고 있고, 대검의 판사 개개인에 대한 불법 정보 수집으로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법관을 여론몰이할 때 사법 정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묻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추 장관은 “법관의 침묵을 모두 그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며 “정치를 편 가르기나 세력 다툼쯤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느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경계심과 주저함이 생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 7일 천주교 성직자 4000여 명이 시국선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법관대표자회의 결과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검찰은 이 순간까지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참회하길 바란다”며 추 장관을 지지하는 입장을 냈다.
추 장관은 “같은 날, 천주교 성직자들 4000여 분이 시국선언을 하였다”며 “기도소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와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편파수사와 기소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냥 방치된다면 주님의 본성인 인간성을 파괴하기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지극한 관심과 관여이고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이해된다”라며 “종교인마저도 딛고 있는 이 땅에, 정의와 공의로움 없이 종교가 지향하는 사랑과 자비 또한 공허하다는 종교인의 엄숙한 공동선에 대한 동참인 것이지 어느 쪽의 정치 세력에 편드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정치 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되어야 한다”며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누구나의 의무다. 우리가 몸담은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관여할 의무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했다.
앞서 전날 전국의 각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25명으로 구성된 법관 대표들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다. 회의에는 법관 대표 125명 중 120명이 참석했다.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은 애초 안건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회의 당일 10명 이상의 법관이 안건을 올리는 데 동의해 긴급 상정됐다. 하지만 표결에 참석한 117명의 법관 중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21명의 법관만 가결 의사를 표시했고, 나머지 96명은 반대해 부결됐다. 이후 6차례에 걸쳐 표현 수위를 완화한 수정안을 거듭 표결에 부쳤지만, 각각 30여 명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부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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