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사찰 의혹’ 법관들, 신중모드…윤석열에 유리할까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8일 14시 15분


전국법관대표회의서 대응 안건 부결
'신중론'…불법여부 의견 통일 안됐나
尹 "징계사유로 무리하다" 주장 예상
절차 위법성도 제기돼…秋 수세 몰려

전국 법관 대표들이 검찰의 ‘판사사찰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않기로 결정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런 판단이 오는 10일 예정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징계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변수 하나를 제거했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사찰 대상이 된 법관들로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해 다소 불리해진 모습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에 ‘판사사찰 의혹’ 대응안건이 상정됐으나, 제시된 원안과 수정안 모두 표결 결과 부결됐다.

법관 대표들은 현 단계에서의 입장 표명이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공유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관련한 재판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재판의 독립을 위해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안건은 ‘판사사찰 의혹’을 두고 법관들의 반발이 나오면서 당일 상정됐다.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의 비위 혐의 중 하나로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했고, 실제 윤 총장 측이 제시한 해당 문건에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가 기재돼 있었다.

이에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안건 상정에 동의해달라는 글을 전국법관대표회의 게시판에 올렸고, 회의 당일 원안을 제시했다. 법원 내부망에도 ‘판사사찰 문건’이 부적절하다는 법관들의 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법관회의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 ‘신중론’으로 잠정 입장을 정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법관회의 논의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수 싸움 도구로 활용하는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란 이유를 들었지만, 당장 대응할 만큼 불법적인 사안인지에 대해 법관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윤 총장 측은 ‘판사사찰 의혹’이 징계청구 사유로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해당 문건은 공소유지를 위한 업무의 일환이고, ‘불법사찰’로 볼 순 없다는 주장이다. 피해 당사자가 없는 사찰이라는 논리도 예상된다.

아울러 대검 인권정책관실의 조사 결과 대검 감찰부장이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하는 등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발견된 만큼 사찰 의혹 제기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판사문건 의혹’ 관련 사건은 이날 서울고검에 배당돼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반대로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 근거로 활용할 카드 하나를 잃은 모습이다. 만약 의결했다면 문건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는 추 장관의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었다. 법관들의 판단을 거론하며 윤 총장의 위법부당함을 강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관 대표들의 판단 유보로 징계청구의 명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만큼 감찰 과정의 위법 의혹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법관들이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개최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판사사찰 의혹’은 추 장관이 제시한 징계 사유 중 하나로 징계위에서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검·언유착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의혹 등 윤 총장의 다른 비위 혐의도 함께 논의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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