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고 서울시는 ‘밤 9시 이후 멈춤’을 선포하는 등 방역대책을 강화하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미 곳곳에 감염자가 퍼져있는 데다 시민들의 일상은 돌아가고 있는 만큼 이른 시간 안에 확진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를 추가 상향하거나 검사건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서울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270명 늘어난 1만932명이다. 올해 6월 30일 기준 서울 총인구수 972만846명의 0.1%를 넘었다. 10만명당 발생률로 보면 112.3명이다.
서울 지역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2일 이후 7일 연속 200명을 넘고 있다. 3일에는 295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정점을 찍었고 8일 확진자 수도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지난달 24일 2단계, 이달 1일 2단계+α, 8일에는 2.5단계로 상향됐으나 아직까지 확진자 감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최근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그간 누적된 산발적인 집단감염과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상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것 때문”이라며 “지난 8월에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후에는 10~14일 이후에 확진자 감소 추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대책과 별도로 오후 9시 이후 상점, 음식점의 문을 닫고 대중교통을 30% 감축운행하고 있다. 방역만을 생각하면 더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도시를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모임을 자제하고 있지만 오후 9시 이전에 ‘짧고 굵게’ 술자리를 갖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며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영업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도 뚜렷이 없어 특단의 멈춤 대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그간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상향을 발표하며 ‘1주일 이후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등의 전망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미 과거 전망이 틀리고 있는데다 확진자를 대폭 줄일 획기적인 방역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완전한 셧다운을 할 수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지금도 영업금지된 소수의 업종을 제외하면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굉장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확진자 수는 빙산의 꼭대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밑의 무증상 감염자가 사회 전반에 굉장히 많이 있다”며 “신속항원검사를 적용해서 광범위하게 여러 차례 검사해야 지금의 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확진자 폭증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구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을 잡는 것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미 눈덩이처럼 확진자가 나와 어떤 대책을 내놓든지 당장 상황이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1년 가까이 코로나19와 싸우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경각심이 많이 떨어져 있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든 지키지 않는다”며 “확진자 폭증에 따른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을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모씨는 “내가 아무리 집안에만 지내도 매일 확진자가 쏟아지는걸 보면 이 사태가 오래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차라리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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