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나마 위로 되길”…코로나에도 산타버스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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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0일 10시 19분


최영형씨가 꾸민 산타버스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뉴스1
최영형씨가 꾸민 산타버스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뉴스1
아침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지난 9일 새벽 천안 신부동 공영시내버스 차고지. 600번 버스를 운전하는 최영형씨(57)는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버스를 꾸미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아직 보름 남짓 남았지만 산타버스는 소형 트리와 반짝이는 전구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최씨는 25년 무사고 경력의 베테랑 운전기사다. 매일 마주치는 승객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고 싶어 시작한 산타버스가 어느새 11년이 훌쩍 지났다. 반짝이만 달려있었던 산타버스는 어느새 창문 밖 시민들에게도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해졌다.

산타버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개인 소유의 버스가 아니라서 전구를 밝히기 위해서는 별도의 발전기가 필요해 회사의 승낙이 필요했다. 4년 전 회사에서 정식 승인이 떨어지면서 반짝이만 달려있던 산타버스에 트리와 전구가 더해졌고, 최씨가 산타복장을 입으면서 비로소 완성됐다.

해마다 좀 더 나은 산타버스를 꾸미기 위해 들어가는 금액이 적지는 않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에 불황까지 겹쳐 산타버스를 쉬어갈까 고민도 했지만 산타버스를 기억해주는 시민들이 있어 ‘감행’하기로 했다.

최씨는 “한 승객분이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데 버스에서 신나는 캐롤을 듣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해줘서 오히려 힘을 받았다”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시민들이 더 힘겨워 하는 것 같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어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버스는 12월이 아니어도 늘 특별하다. 최씨는 운행 시간에 따라 승객들의 연령층을 고려해 7080음악, 가요 등을 틀어주기도 하고, 마이크를 들고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승객들과 나눔의 기쁨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후원하고 있는 최씨는 버스에 ‘사랑의 모금함’을 설치했다. 모금함은 항상 버스에 설치돼 있지만 모금액이 가장 많이 모이는 달은 산타버스가 운행되는 12월이다.

지난 10여년간 모인 후원금은 2300여만원. 후원금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로 전달돼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쓰인다.

최씨는 “1년동안 코로나로 고생한 시민들이 산타버스를 타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길 바란다”며 “올해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모두가 행복했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최씨가 운전하는 600번 산타버스(신부동 회차지~광덕사)는 오는 31일까지 홀숫날에만 운행된다.

(천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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