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이 제기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절차 준항고가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4개월 넘게 중단됐던 경찰 수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에 박 전 시장이 사망 직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휴대전화 아이폰 XS를 통해 어떤 정보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박 전 시장의 유족측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반대하며 법원에 준항고 신청을 냈다. 유족 측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만큼 사망 ‘경위’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그동안 제자리를 맴돌던 수사에서 가장 결정적 증거를 가져다 줄 ‘스모킹 건’으로 파악됐었다. 박 전 시장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은 주로 휴대전화 텔레그램을 통해 음란사진을 전송했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의혹뿐만 아니라 성추행 피소 사실에 대한 수사내용 유출 의혹,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희롱 방임·방조 등 여러 의혹을 해결할 단서로 파악됐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는 수사당국이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수사 중인 거의 모든 사안들이 골고루 들어가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박 전 시장이 숨지기 직전까지 가장 자주 사용하던 휴대전화였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로 들여다볼 수 있는 사안은 크게 Δ성추행 의혹 Δ변사에 이르게 된 심리적 상황 Δ서울시 직원들의 성추행 방임·방조 의혹 Δ피소사실 유출 4가지다.
그 중에서 현재 포렌식 수사를 담당한 부서에서 담당할 수 있는 분야는 변사 부분 하나다. 성희롱 방임·방조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번 포렌식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형사과와 관할 경찰서인 서울 성북경찰서의 포렌식 과정에 참관할 수 없게 되어있다.
다만 ‘변사’사건으로 주제가 한정되어있기는 하지만 내용은 변사사건 수사에 필요할 경우 다방면으로 열람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주로 변사사건 수사에서 사망 직전 고인이 쓴 인터넷 검색어, 메모, SNS 기록을 보고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수사관행에 비춰 봤을 때 이번 수사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포렌식 수사에서는 주로 박 전시장의 휴대전화에서 Δ사진 Δ메모 Δ검색 히스토리 Δ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기록 Δ카카오톡 대화 기록 Δ그 밖의 SNS 기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텔레그램의 경우 서버에 대화가 저장되지 않고 휴대전화 메모리 안에 로그의 형태로 대화가 저장되는 방식을 고려해볼 때 현재까지 알 수 없었던 박 전 시장의 텔레그램 기록도 이번 포렌식을 통해 이론 상으로는 볼 수 있게 된다. 텔레그램은 P2P 방식으로 개인과 개인 간 대화가 전달되며 개인 휴대전화 안에서만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 비밀채팅방 등 대화들을 삭제했을 경우라도 휴대전화 하드웨어가 남아있는 한 로그기록 포렌식을 통해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포렌식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비밀채팅방 또한 자동 삭제되기는 하지만 메모리 안에 로그 데이터의 기록으로 남아있다면 복원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다. 복원이 쉽지는 않겠지만 아예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이야기다.
다만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제외하고 전직 비서 A씨 측이 주장하는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번 변사 관련 포렌식으로 확인하기는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포렌식을 집행한다면 절차상 유족 측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되며, 이때 변사와 관련 없는 기간에 해당하는 텔레그램 대화 등을 확인하는지를 일일이 체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포렌식 수사는 다소 짧은 기간 박 전 시장의 개인적 기록들만을 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기 전 2~3일 혹은 길어도 몇주 이내의 정황들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변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박 전 시장이 어떤 경위로 괴로움을 느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지에 대해 증거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 측에서 변사사건 수사를 종결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사인 발표를 하게 된다면, 사망원인을 발표할 때 성추행 유무와 피소사실 유출 시점 등 자세한 점까지는 파악해서 발표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피소사실 유출 의혹은 서울 북부지검에서 수사를 하고 있고, 성추행과 관련한 경찰 수사는 피의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 경찰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내용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7월21일 기각한 바 있다.
현재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22일 휴대전화에 대해 이미징(사본) 작업을 끝내고 파일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족 측의 준항고 신청으로 이를 봉인한 후 수사하지 못했다.
유족 측의 준항고 신청이 법원에서 9일 기각됨에 따라 경찰 수사는 이번달 안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결정문이 아직 법원으로부터 오지 않아서 아직 공식적으로 저희가 결정하거나 준비된 사항은 없다”면서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족 측이 준항고를 재신청하더라도 법원에서 심사가 이번 만큼 오래 걸리거나 준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4개월 넘는 기간 심사가 있었고 전날 비로소 기각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으로 유족 측이 재항고 신청을 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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