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경원중 “혁신학교 운영 취소”…주민들에 “불미스러운 일 유감”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0일 14시 12분


경원중, 오늘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 보내
"학교 정상화 최우선…불미스러운 일에 유감"
반대 주민, 현수막에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철회 요구 심야농성 벌이고 교사 퇴근 막아서
교원단체 '교권 침해'로 규정…"교육청 나서야"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던 주민들이 심야 농성을 벌이면서 대립이 격화됐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경원중학교가 10일 혁신학교 운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지역 사회와 소통이 부족했다면서도 반대 측 주민들이 교직원을 압박했던 일련의 사건에 유감을 표명했다. 교육계에서도 이를 교권침해로 규정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원중학교는 이날 오전 학부모, 교직원, 지역위원 11명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열고 표결을 거쳐 마을결합혁신학교 운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학운위는 오후 1시께 이 학교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이를 알렸다.

이들은 “혁신학교 지정과 관련해 큰 상처를 입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과 마음 아파했을 지역사회 주민들께 사과를 먼저 드린다”며 “경원중은 공모 절차에 따라 지정을 추진했지만,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가 정상화되는 것이 최우선돼야 한다”라면서 “교직원과 학운위 위원, 학부모회 임원을 대상으로 시행된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감을 분명히 밝히며, 앞으로의 교육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촉구한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10월 경원중을 마을결합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서울형 혁신학교의 하나인 이 제도는 입시 중심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협력, 자율과 자치, 평등 교육을 지향하는 학사 운영을 한다. 혁신학교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대표 정책으로도 꼽힌다.

경원중은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하기 앞서 지난 8월24일부터 9월4일까지 투표를 진행, 80%의 교원과 69%의 학부모 동의를 얻었다. ‘교원 또는 학부모 동의율 50% 이상’을 충족하면 학운위에 상정해 이를 신청할 수 있다.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공청회도 열지 않는 등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도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을 결사 반대한다는 글을 올려 이날 기준 1만2051명의 동의를 모았다. 1만명이 넘게 동의하면 시교육청에서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학교 앞에는 교장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지난 7일에는 100여명이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오후 11시께까지 집회를 벌였다. 교장이 철회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퇴근을 막아서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에서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다.

경원중 교직원들은 이 같은 갈등을 겪은 뒤 몸과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원중 학운위 윤대인 위원장은 “교직원들이 많이 침통해하고 있고, 오늘(10일)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며 “교육청 측 참관 위원들에게 다시는 이와 같은 반목이 벌어지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주민들의 반대 행동을 ‘교권 침해’로 규정하면서 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서울교사노동조합과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이 성명을 내고 혁신학교 철회를 압박한 지역 주민들을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박호철 대변인도 “교육청이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해 책임을 학교에 전가했다”면서도 “교장의 실명을 거론한 현수막, 교사들의 퇴근을 막고 강제로 제압한 것은 분명한 교권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에 있는 학교가 후속 조치에 나서기는 부담감이 크다”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고발 등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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