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초등학생을 상대로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68)의 출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사건 피해자의 심리 치료를 담당한 신의진 교수(한국성폭력학대예방협회 회장)는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 교수는 10일 뉴스1과 전화인터뷰에서 조두순에 대해 “성범죄자 중에서도 익스트림 그룹에 속하는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조두순이 출소 후 거주할 곳으로 피해자 가족이 거주하는 안산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2008년 범행 당시에나 지금이나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재범 위험도가 상당히 크다”고 우려했다.
피해자 가족은 여전히 12년 전 사건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이사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조두순 보복’ 여론을 두고는 “야만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같이 야만인이 된다면 창피할 일”이라며 성범죄자를 통제할 수있는 사회적 제도 마련의 시급성을 알렸다.
다음은 신의진 교수와 일문일답.
-조두순 사건 피해자와의 인연은.
▶2008년도 사건 발생 이후 해바라기센터에서 처음 나영이(가명)를 만났다. 이후 심리치료를 맡았고 (현재도)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피해자·가족 근황은.
▶나영이는 물론 그 가족 모두 범죄에 대한 트라우마가 컸다. 12년전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인 사건이다. 나영이는 성장하는 내내 조두순이 다시 찾아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불안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두순이 다시 안산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저희 한국성폭력학대예방협회의 국민 모금을 통해 최근 살던 곳에서 이사를 했다. 나영이는 익숙해진 생활터전을 벗어나는데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조두순을 강제로 보낼 수 없었기에 그렇게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모금 얼마나 이뤄졌나.
▶나영이 부모는 조두순에게 돈을 줘서라도 다른 곳에 이사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그만큼 불안감이 컸다. 피해자를 촘촘하게 보살피는 제도는 없었기에 국민 모금을 생각했다. 한 달여만에 3억여원이 모금됐다. 생존을 위해 이사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감사의 편지를 썼다고 들었다.
▶나영이는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런 아이가 편지를 썼다. 국민 성원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또다른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등 그 은혜를 갚아나가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도 전했다.
-조두순 출소가 코앞에 닥쳤다. 어떤 인물인가.
▶재판 과정과 현재의 모습 등을 전해 들었을때 그는 일반인과는 아주 다른 판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안산을 다시 가야겠다는 것부터 보통사람과는 굉장히 차이가 있는 행동이다. 피해자를 만나겠다는 생각도 왜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아직도 위험도가 높은 사람이다.
-재범 우려가 높다고 보는지.
▶조두순은 성범죄자 중에도 굉장히 폭력성과 재범위험도가 높은 ‘익스트림 그룹’의 성범죄자다. 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가 복역중 받았다고 하는 성폭력예방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성범죄자에 맞춰져 있다. 1대1 맞춤 치료를 해도 교화가 쉽지 않은데, 교정당국에서 일반론적으로 접근했다.
조두순에게는 상대입장을 이해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결여돼 있다. 전과 18범이다. 이 사람을 일반적인 성범죄자와 같은 방법으로 관리한 게 옳은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조두순을 응징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분들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조두순이 야만인처럼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똑같이 야만인이 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문명인으로서 제도를 잘 만들어서 예방하고 관리하면 된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피해자 생존이나 회복에 관한 제도를 보면 정말 후진국 수준이다. 가해자를 제대로 통제하고 피해자를 건강한 국민으로 회복시키는 측면이 너무 부족하다. 피해자 지원 주체가 법무부 여가부 복지부 경찰청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서로 책임을 미룬다.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학대 등 범죄에 대해서는 범부처적으로 가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근본부터 차근차근 바꿔야 한다. 전문가 집단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저도 사회적인 제도 마련에도 소리를 낼 계획이다. (경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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