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열린 10일 오전 비밀에 부쳐졌던 징계위원 명단이 하나둘 알려지자 검찰에선 “징계의 내용과 절차에 심각한 위법 소지가 있는 것도 모자라 이를 판단할 심판들조차 편향적으로 구성됐다”는 반발이 나왔다. 검사들은 이날 삼삼오오 모이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총장 징계위 소식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검찰에서는 윤 총장 징계위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한 총장을 정치 권력이 인위적으로 찍어내면서 총장 임기 2년을 법에 명시한 ‘검찰의 중립성’이 송두리째 훼손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 총장이 야권 인사를 대상으로 적폐 수사를 할 때는 절대적 신임을 받고 특별수사부서 인력도 크게 충원됐는데, 현 정권 비리를 파헤치자 이렇게 내쳐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검사는 “검찰이 대통령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면 어떻게 되는지 윤 총장이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윤 총장 징계위원 구성을 두고 ”징계위를 한 번만 열고 단 번에 결정해버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던 검사들은 이날 밤 전해진 징계위 속행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구성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윤 총장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한 게 아니다“라며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적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걸 목격했기 때문에 검찰 구성원들이 ‘이건 아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국 검찰청 검사들이 평검사 회의를 여는 등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총장 징계 국면이 장기화함에 따라 검찰의 장기 계획 수립과 각종 정책 현안 대응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따른 후속 논의,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은 축소되는 기류다. ‘공정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뒤집어 이를 유지하기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자 ”검찰에 더는 권한을 주기 싫은 여권의 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총장 징계 국면에서 검찰 조직이 사분오열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검사도 있다. 윤 총장 징계 찬반을 두고 반으로 갈라진 검사들 사이에 이질감이 감지된다고 한다. 검사들은 이른바 친추(친추미애) 성향 검찰 고위간부가 내리는 지시는 메모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고위 간부에 대해 ”나중에 직권남용 범죄사실이 50쪽이 넘어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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