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주차장 벽면 충돌후 화재… 1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조수석 탄 차주 숨지고 1시간 불타
당국 “충돌로 배터리서 발화 추정… 뒤쪽 ‘날개문’ 안 열려 구조 애먹어”
대리기사 “차량 정상적 제어 안돼”… 경찰 “국과수에 사고원인분석 의뢰”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 차량이 벽면에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압하고 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차종은 뒷좌석 문이 위로 열리는 
구조여서 소방대가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소방서 제공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 차량이 벽면에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압하고 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차종은 뒷좌석 문이 위로 열리는 구조여서 소방대가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소방서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최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벽과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형 법무법인 대표인 차 소유주는 목숨을 잃었으며 대리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9시 43분경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차량이 주차장 벽면에 충돌해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차량 주인인 A 변호사(60)는 조수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A 변호사는 오후 10시 8분에 구조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판사 출신인 A 변호사는 대형 법무법인에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10일 빈소에는 A 변호사와 대학 동문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찾아와 조문했다.

함께 타고 있던 대리기사 B 씨(59)는 소방대 도착 전 스스로 차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이후 가슴과 배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B 씨가 사고 뒤 의식을 잃은 A 변호사를 구조하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화기로 초기에 진화를 시도했던 아파트 직원(43)은 연기를 다량 흡입해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사고 차종은 테슬라에서 올해 생산된 ‘모델X 롱레인지’(사진)로 가격은 약 1억3000만 원이다. 화재는 신고 약 1시간 뒤인 오후 10시 48분에야 진화됐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이 벽면과 충돌하며 전기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폴리머 소재로 일반 소화기나 물로는 화재 진화가 어렵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화재는 포말 형태의 특수 소화기를 사용해야 빠르게 불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소방대는 현장에서 테슬라 모델X의 특성 때문에 차량에 갇혀 있던 A 변호사를 꺼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전기차는 문의 개폐가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 전자식으로 이뤄진다. 또 손잡이가 차체에 들어가 있다가 열 때만 나오는 형태다. 소유주의 스마트키가 없거나 배터리 전원 공급이 끊기면 손잡이가 돌출되지 않아 외부에서 열기 어렵다.

소방 관계자는 “A 씨가 앉아 있던 조수석 문이 심하게 파손돼 열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뒷좌석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는데 모델X의 뒷좌석은 문이 날개처럼 위아래로 여닫는 구조여서 소방대가 가진 장비로 뜯어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테슬라 모델S가 나무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하며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경찰관이 차량으로 다가갔지만 차체에 매몰된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아 운전자를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 유족들은 테슬라 측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이 현장에 있는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한 결과 사고 차량은 지하주차장에 진입한 뒤 평평한 구간에서 갑자기 속력이 높아지다가 벽면에 부딪쳤다. 대리기사인 B 씨는 경찰의 사고 현장 조사에서 “차량이 정상적으로 제어되지 않았다”며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B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추후에 조사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차량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분석 결과를 봐야 넓은 지하주차장에서 속력이 올라간 게 차량 결함 탓인지, 운전자의 잘못인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사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일반 차량보다 인명 구조나 화재 진화가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라며 “전기차 관련 구조·구난 매뉴얼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지민구 기자
#테슬라#전기차#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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