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문해교육 디지털 부문 강화
어르신 수준, 일반인의 64% 그쳐
스마트폰-PC 활용도 뒤처져
市, 찾아가는 한글 교육도 호평
지난달 18일 서울 중랑구 구립용마경로복지센터에서 ‘서울시 찾아가는 문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문해교육 강사가 어르신들에게 단어의 뜻과 읽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가 단어를 가리키며 읽으면 어르신들이 따라서 읽어보세요. 눈, 코, 입, 손….”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중랑구 구립용마경로복지센터 3층 프로그램실에서 ‘찾아가는 문해교육(글을 읽고 쓰는 교육)’이 열렸다.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이곳은 배움의 열기로 뜨거웠다. 서울시가 ‘찾아가는 문해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전문 강사를 복지센터로 보낸 것이다.
수업에 참석한 약 10명의 어르신은 강사의 말을 따라 하며 공책에 단어를 열심히 받아 적었다.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전경자 씨(79·여)는 “이제는 자식들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도 읽을 수 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할 때마다 걸어서 30분 거리를 운동 삼아 오는데 공부하는 1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말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중 7.8%(약 63만 명)가 초등학교 수준의 문해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약 39만 명의 성인은 읽기나 쓰기, 셈하기 등을 어려워하고 약 복용법 이해나 택배 발송 시 서식 작성 등을 힘들어하는 성인도 약 24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성인을 위한 문해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2019년 ‘성인문해교육 활성화 4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전에도 문해교육은 계속 됐지만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찾아가는 문해교육이 대표적이다. 시와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문해교육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있는 곳에 강사가 직접 찾아가 교육을 진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각 기관에서 질 높은 문해교육을 원할 경우 전문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다. 면목동에 사는 윤순분 씨(87·여)도 문해교육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 윤 씨는 “한평생 글자를 몰라 설움과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지만 이제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시는 디지털 문해교육의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올해 초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장년·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PC나 스마트폰 보유 및 활용 능력)은 일반인의 64.3%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글자는 읽고 쓸 줄 알아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등의 활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문해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비대면 방식의 문해교육도 펼치고 있다.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서울시민의 기초 문해능력 향상을 비롯해 점점 중요해지는 디지털 문해교육에도 힘을 쏟아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