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경 고단자 10명으로 여성-아동 보호전담팀 꾸려
태권도 금메달 출신 박효지 순경
“조두순 출소로 불안한 주민 지킬것”
14일 오후 경기 안산의 한 경찰서에서 형사과 마약수사팀 박효지 순경(왼쪽)과 생활안전과 최지영 경장이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박 순경은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이며, 최 경장은 유도 고단자다. 경찰 제공
“체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경기 안산의 한 경찰서 형사과 마약수사팀 소속인 박효지 순경(32)은 13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 도중 목소리에 자신이 넘쳤다. 이 당당한 자세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박 순경은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와 세르비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에 마약사범 검거 실적 우수자로도 선정돼 특진을 앞두고 있다.
박 순경은 “최근 안산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주민들이 필요로 할 때는 물론이고 아닐 때도 열심히 현장을 돌아보며 힘이 돼 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경찰은 “12일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에 맞춰 여경 고단자 10명으로 구성된 여성·아동 피해자보호전담팀을 꾸렸다”고 14일 밝혔다. 일명 ‘여벤져스’(여경+어벤져스)다. 이들은 검도와 유도, 복싱 등을 오랜 기간 수련했다. 이들의 단수만 합쳐도 40단 가까이 된다.
여성청소년수사과의 남수진 순경(28)은 태권도 4단에 유도도 1단이다. 사범대를 나온 남 순경은 경찰이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었다. 다양한 무술 단증을 딴 것도 경찰이 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전공을 살려 학교 전담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관내 초중고교 학생들의 고충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여 왔다.
“경찰의 업무 가운데 범인을 검거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가 피해자 보호와 인권 회복이라고 생각해요. 여성과 아동 피해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안심을 주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선 파출소 소속 최지영 경장(30)은 유도 3단이다. 최 경장은 중학교 때 경찰특공대를 다룬 TV 드라마를 보며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누구보다 주민과 가까운 일선 파출소 소속인 만큼 더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주민들의 말을 듣겠다고 다짐했다.
최 경장은 “한 피해자가 ‘퇴근길에 순찰차가 한 대만 있어도 큰 안심이 된다’고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히 남아 있다”며 “치안 유지와 신변 보호는 평소에도 가장 중요한 업무였던 만큼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지키는 데 전력을 쏟겠다”고 했다.
여벤져스에는 검도 3단이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팔씨름 왕’ 출신인 청문감사관실 소속 A 경사와 복싱 및 주짓수 등 실전 무술을 다년간 연마해 온 수사과 경제팀 B 경장 등 쟁쟁한 무도 실력자들도 합류했다. 경찰 측은 “특히 업무상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일선 파출소에서도 4명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평상시 각자 부서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조두순 거주지 인근의 주민들이 요청하거나 관내 강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변 보호 및 동행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여경을 더 편하게 대하는 여성 피해자 등의 선호를 고려해 팀원을 선발했다.
해당 경찰서의 모영신 여성청소년수사과장은 “다양한 경험을 쌓은 여경 고단자들이 모여 결성된 만큼 여성·아동 및 피해자를 다방면에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두순 거주지 인근을 비롯한 관내에 치안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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