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재활용품 선별장 가보니
유색병-이물질과 섞이지 않도록 투명 페트병 선별 라인 따로 운영
“기능성 옷 등으로 재활용하려면 라벨 떼고 깨끗이 헹궈서 버려야”
“이렇게 따로 모으니까 깨끗하죠?”
4일 오전 충남 천안시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 천안시시설관리공단 소속 오용진 과장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투명 페트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별장 직원들은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페트병 군데군데 붙어 있는 라벨을 떼어내고, 이물질이 묻은 페트병을 골라냈다. 깔끔해진 투명 페트병들은 압축기로 들어가 납작해졌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 선별장에서는 투명 페트병만 따로 압축해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월∼목요일과 별도로 투명 페트병만 처리하는 선별 라인을 운영하는 것이다. 오 과장은 “투명 페트병만으로 재생원료를 만들면 훨씬 더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투명 페트병은 유색 페트병이나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배출되는 바람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투명 페트병은 장섬유를 뽑아 기능성 의류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페트병에 색이 들어가거나 이물질이 섞이면 솜 같은 단섬유로밖에 활용할 수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폐페트병 29만 t 중 고품질 재생원료로 사용된 것은 불과 10% 정도. 섬유업체들은 대만이나 일본에서 질 좋은 재생원료를 수입해 와야 했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2월부터 천안, 서울, 제주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만 따로 처리해 재활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의무화된다.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안에 따라 25일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되는 것이다. 분리배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단독주택은 내년 12월부터 제도를 시행한다.
시범사업에 따라 천안에서 배출된 투명 페트병들은 화장품 용기로 재활용되고 있다. 선별장에서는 투명 페트병을 재선별하는 과정을 통해 재활용 수준을 높이고 있다.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한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간장통처럼 같은 페트병으로 보이지만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이 섞인 경우가 많다. 이물질이 묻은 페트병도 제거 대상이다. 선별장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이 일주일에 평균 13t 정도 선별장으로 들어오지만 재선별 과정을 거치면 10t 정도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재활용 업체에서는 압축된 투명 페트병을 잘게 부숴 ‘플레이크(Flake)’로 만든다. 화장품회사 아모레퍼시픽이 이를 활용해 보디워시 등 화장품 통을 생산한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2L짜리 생수병 3개가 900mL 보디워시 통 1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페트병에서 다시 병(Bottle to Bottle)으로 재활용되는 것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천안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고품질 재활용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 수거한 페트병은 의류업체 플리츠마마가 가방 원료로 쓰고 있다. 의류업체 블랙야크는 스파클 생수병으로 기능성 의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생수업체 스파클이 고객에게 판매한 생수병을 직접 회수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배출한 투명 페트병보다 질 좋은 재생원료로 거듭날 수 있다. 시범사업 결과 전국에서 월평균 280t의 투명 페트병이 회수돼 재활용되고 있다. 투명 페트병 배출이 의무화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을 위해서는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페트병의 라벨을 떼고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닐 재질의 라벨이 페트병과 섞이면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선별장에서 라벨을 일일이 다 골라내기는 어렵다.
생수가 아닌 음료수 병의 경우 내부를 씻어서 버려야 한다. 선별장에서는 가성소다를 사용해 페트병의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콜라처럼 당 성분이 페트병에 남아있으면 오히려 가성소다가 흡착되는 경우도 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우리가 버릴 때부터 페트병을 깨끗이 헹구고 라벨을 잘 떼서 버려야 투명 페트병이 좋은 재생원료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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