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한파 속 분투… “춥고 힘들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로나19]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첫날
확진자 접촉 의료진 못나오자 일부 검사소 찾은 시민들 헛걸음
탑골공원은 오후3시에야 문열어





의료진, 한파 속 분투… “춥고 힘들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 ▼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첫날

“죄송합니다. 아직 의료진이 도착하지 않아서….”

14일 정오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탑골공원 앞. 임시선별검사소 설치 작업이 한창이던 이곳에 7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다”며 찾아왔다. 작업 중이던 직원은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은 검사를 할 수 없다”며 시민을 돌려보낸 뒤 혼자 한숨을 내쉬었다.

‘종로구 탑골공원 임시선별검사소’는 서울시가 14일 가장 먼저 문을 열겠다던 임시선별검사소 15곳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간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윤성식 씨(73)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위를 뚫고 왔는데 허탈하다”며 속상해했다.

해당 임시선별검사소가 정시에 문을 열지 못한 데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검사를 담당한 한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단 사실이 이날 오전에 알려지며 갑작스레 올 수가 없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최근 의료진이 부족하다 보니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탑골공원 임시선별검사소는 결국 오후 3시에야 검사를 시작했다. 개소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민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검사를 진행한 의료 인력은 임상병리사와 간호사 2명이 전부였다.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에 임시선별검사소가 차려진다는 소식을 들고 멀리서 파견을 자청해서 온 분들”이라며 “임상병리사는 제주에서, 간호사는 강원 원주에서 오셨다”고 귀띔했다.

탑골공원은 그마나 문을 열기라도 했지만 인근에 있는 종로구민회관 임시선별검사소는 결국 이날 운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곳 역시 개소가 예정된 15곳 가운데 하나였지만 여기도 파견을 나오기로 한 의료진이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급하게 구해 봤지만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임시선별검사소 확충 계획도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시는 14일 14곳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최대 71곳까지 검사소를 늘려갈 방침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든 실정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검사에 나서는 건 좋은데, 각 자치구의 사정을 파악하고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5일부터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로 한 다른 자치구에서도 “의료 인력을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을 연 임시선별검사소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의료진 등 관계자는 한파와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날 오후 3시 반경 양천구의회 주차장을 찾아갔더니, 야외에 천막으로 세운 검사소는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이며 전혀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방호복도 바람이 새어 들어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의료진은 “감염 우려 등 위험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런 와중이었건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임상병리사는 “확실히 제주도보다 춥다”며 “이 사태를 끝내고 싶단 일념뿐”이라며 웃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 역시 “춥고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이청아 기자
#코로나19#임시선별검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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