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걱정에 퇴원 서둘러”…전남대병원 의료진 또 확진에 불안 증폭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15일 08시 40분


14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이 임시 폐쇄돼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해당 병원 소속 신경외과 의료진 3명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2020.11.14/뉴스1 © News1
14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이 임시 폐쇄돼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해당 병원 소속 신경외과 의료진 3명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2020.11.14/뉴스1 © News1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이 더 두려워 서둘러 퇴원합니다.”

14일 오후 5시30분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 정문 앞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추운 날씨 탓도 있지만 병원 의료진과 입원 환자 등 3명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래 진료 환자와 보호자를 제외하면 일대를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손에 처방전을 들고 병원에서 나온 한 환자에게 다가가 “진료를 보고 나온 것이냐”고 묻자 이 환자는 “퇴원 절차를 밟고 나왔다.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보다 감염되는 것이 더 두렵다”고 답하며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벗어났다.

다른 한 여성 보호자도 퇴원 절차를 밟고 나온 듯 입원 환자의 짐을 양손 가득 차량에 옮겨 실었다.

이 여성은 “병원에서 확진자가 또 나온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냈고, 다른 남성 보호자는 “다른 병원으로 가면 된다.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은 걸로 만족하자”면서 이 여성을 달랬다.

지난달 초, 신경외과 의사 1명이 처음 확진된 후 병원발 ‘n차 감염’이 끊이질 않는데다 확진된 의료진의 감염경로도 밝혀지지 않으면서 전남대병원 내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를 표하면서 동시에 의료진들의 안일한 방역수칙 준수를 꼬집었다.

아버지 병 간호차 병원을 방문한 박규상씨(31)는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환자들은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며 “지역 최대 규모인 병원이, 그것도 의료진들이 두번씩이나 코로나19에 걸리니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3살 여아의 한 보호자는 “병원 간호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아이의 혹을 떼려는 수술이 연기됐다”며 “방역이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병원에서 언제 감염될지 몰라 마음 졸이는 것보단 수술이 연기돼 퇴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보호자들은 혹여나 감염될까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데, 간호사는 서울까지 가서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게 참 씁쓸하기만 하다”며 “한 달 만에 병원 의료진이 또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남대병원은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가 근무했던 신경외과 중환자실을 코호트 격리했고, 의료진 35명과 환자 20명 등 55명을 자가격리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앞서 전남대병원에서는 지난 11월14일 신경외과 소속 의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광주 546번 확진자이자 지표환자로 분류됐다.

이 지표환자를 중심으로 동료 의사와 간호사, 환자, 보호자, 지인 등이 코로나19에 걸려 광주·전남 지역에서 총 89명의 전남대병원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남대병원 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지난 11월 17일 병원 본관동 1동을 코호트 격리하며 외래 진료 등을 중단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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