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25)는 최근 친구들과 연말 모임이 잇따라 잡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친구 집에서 만나는 소수 모임일지라도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씨는 “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 수 없으니까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쉬운 대로 ‘랜선 모임’을 갖고 회포를 풀기로 했다. 얼굴을 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려 한다”고 말했다.
직장, 지인모임 등 일상 곳곳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폭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증을 막으려면 가족이나 지인모임이라 할지라도 ‘개인 간 거리두기’를 철저히하고 타인과의 밀접접촉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역대책이라고 강조한다.
1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80명 증가한 4만4364명으로 나타났다.
연일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국내 집단발생 사례의 주요 감염경로 중 하나가 가족·지인모임이라는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방역당국이 10월1일부터 12월10일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1만6286명의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집단감염이 46.3%(7547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감염 중에서는 가족·지인모임을 통한 감염이 21.8%(1645명)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감염은 12.9%(971명)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일상감염이 만연한 만큼 친한 지인이나 가족 간에도 ‘개인간 거리두기’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상 부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일상에 스며든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뿐만 아니라 ‘개인간 물리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 가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족 간 감염이 일어나기 전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군가를 만나는 일 자체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선 가족말고는 다 차단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접촉 빈도가 높은 가족의 경우 가족간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음식을 덜어먹거나 대화를 자제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가족이라도 서로 식사 시간대를 달리하고 음식은 덜어먹고 화장실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며 “수건과 같이 공용으로 쓰는 물건은 개인별로 따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족 내 감염 의심자가 나올 경우 즉각 다른 구성원과 분리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박소연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외부 감염이 가정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른 가족과 생활이 겹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불가피하게 직장에서 근무할 경우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박 교수는 “직장에선 마스크를 상시 착용한 채 근무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조한 겨울철, 실내에서는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습도가 낮은 환경에서 바이러스는 오래 생존하고 비말이 마르면 에어로졸(공기 중 미세입자)이 될 수 있다”며 “물을 자주 마시고 가습기 등을 이용하는 등 실내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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