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포괄적 보안법’ 만든 마크롱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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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 계속되는 대규모 시위로 프랑스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 대도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하게 충돌했습니다. 시위대는 파리의 샤틀레 광장과 레퓌블리크 광장 사이를 행진하면서 도로 안내판을 훼손하고 방화를 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프랑스는 공권력 국가인가”를 외치며 거리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부수고 차량에 불을 질렀습니다.

경찰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했고, 리옹과 디종 등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포했습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12일 오후 파리에서만 1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적 보안법’이 시위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지난달 21일 경찰 3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흑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보안법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이 법안은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면 징역 1년, 벌금 4만5000유로(약 6000만 원)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이 담겨 있습니다.

시위대는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프랑스의 언론노조와 인권단체들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입니다.

시위가 거세지자 집권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는 문제의 내용이 담긴 제24조를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시위대는 법안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며 매주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안에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경찰이 공무 중 폭행당하는 경우도 많았고 시위 진압 경찰관의 신원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돼 공격당하는 일도 잦았다고 합니다. 공무 중 겪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찰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50명가량이 목숨을 끊는 등 프랑스 경찰의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36% 높습니다.

찬반 여론을 충분히 듣고 법안을 도입했다면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성급함이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2022년 4월 차기 대선이 1년 반도 안 남은 시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테러와 이민자 문제 등이 겹치면서 극우 성향 정치인의 지지율이 오르자 마크롱 대통령이 보수적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서둘러 보안법을 추진했다는 분석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노란 조끼 시위’의 악몽을 떨치기 어려울 겁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류세 인상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에 시달렸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그로서는 진퇴양난입니다.

어떤 정책이든 정치적 목적이 앞서면 자칫 갈등만 키울 수 있습니다. 이번 프랑스 사태는 여러 정책의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줍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마크롱#포괄적 보안법#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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