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집단감염 ‘요양시설 블랙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6일 03시 00분


김제 요양원 64명 무더기 확진… 부천 117명-울산 206명 계속 번져
‘밀폐 밀집 밀접’ 3밀 환경에 기저질환 고령자 많아 감염 취약

전북 김제시의 한 요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여 명 나오는 등 전국의 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양시설은 대표적인 ‘3밀(밀폐 밀집 밀접)’ 환경이어서 코로나19가 쉽게 퍼지는 데다 고령자가 많아 한번 감염이 발생하면 중증 환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요양시설발 집단 감염 증가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김제 요양원 입소자·종사자 절반 이상 확진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김제시 가나안요양원에서 이날 오후 6시 기준 6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80대 입소자 2명은 14일 발열 등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가 받은 검체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 요양원 종사자와 입소자를 대상으로 긴급 검사를 벌였고 15일 6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입소자 63명과 종사자 54명 중 절반 이상이 확진된 셈”이라며 “정확한 감염 경로와 누구로부터 바이러스 전파가 시작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김제시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과 협의를 거쳐 김제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이미 집단 감염이 시작된 요양시설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0시 기준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누적 확진자는 117명으로 집계됐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에서도 13일 종사자 1명이 처음 확진된 뒤 접촉자 조사 과정에서 확진자 32명이 추가됐다. 울산 양지요양병원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206명으로 늘었다. 부산에서는 요양병원 3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 요양시설, 감염 취약한 데다 중증환자 대거 발생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요양시설이 다인실 위주로 운영돼 높은 밀폐도와 밀집도가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며 “종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탈의실, 휴게실, 식당 같은 공용공간의 거리 두기도 미흡한 편”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남양주의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는 한 건물 5층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경우 건물의 1개 층에 144개 병상이 몰려 있는 구조다.

종사자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우려도 크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부천, 울산 요양병원은 모두 첫 확진자가 이곳 종사자였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역사회에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며 “의료진이나 간병인을 통해 시설 안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요양시설은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 비율이 높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약자가 많아 평소에도 발열, 기침 등의 증세를 갖고 있다 보니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진단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땐 이미 다른 입소자들에게 널리 퍼져버린 경우가 많다.

방역당국은 시설 종사자를 통한 확산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부산시는 15일부터 요양병원 대표자와 의료인, 간병인 등에게 친목모임 같은 사적 모임 참석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김제시도 이러한 내용의 방역수칙 준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본 크루즈선 집단 감염 때처럼 음성인 사람이 오히려 격리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며 “일방적인 코호트 격리 대신 확진자와 접촉자, 완전 비접촉자를 명확히 나눠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 / 김제=박영민 / 김하경 기자
#집단감염#요양시설#블랙홀#코로나19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