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 가장한 폭력” 피해자 부모 절규에…22만 명 공분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2월 16일 11시 00분


하루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 22만2000여 명 동의

고등학생 아들이 동급생에게 ‘스파링’을 가장한 학교폭력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라며 가해자의 엄벌을 호소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16일 오전 10시30분 기준 22만2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전날 청원이 시작된 후 하루 만이다.

청원인은 자신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남학생의 부모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아들이 동급생들에게 스파링을 가장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오후 4시30분쯤 아들이 집에 없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가 할 얘기가 있다고 불렀다’며 ‘금방 들어갈게요’라고 얘기했다.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학생 중 한 명이 딸에게 문자로 ‘너희 오빠 나하고 스파링하다 맞아서 기절했어’라고 했다더라. 전화를 걸어 아들이 있는 곳을 확인했고, 가해학생들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자는 것 같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휴관인 아파트 내 체육시설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청원인은 “처음 아들을 봤을 때 아무 힘이 없이 축 늘어져 숨을 고르게 내쉬지 못하고 동공이 빛에도 반응이 없던 상태였다”며 “후에 소견서로 확인하니 동공확장 및 동공반사저하였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119구급대원들이 와서 확인 후 매우 위중하니 먼저 응급실로 가고, 폭력사건 같으니 신고부터 하고 응급실로 오라고 했다”며 “지금까지 아들은 중환자실에 의식이 없이 있다”고 했다.

이어 “가해학생들은 경찰조사가 끝나고 검찰로 송치됐다. 사전구속영장 나와 수감 중”이라며 “경찰조사와 검찰조사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가해학생들이 스파링을 가장한 폭력을 했다는 내용이었다”라고 밝혔다.

청원인은 가해학생들이 이전에도 학교폭력에 연루됐지만, 변호사를 통해 상황을 무마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만 끝이나니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갈 것”이라며 “기적이 일어나서 우리아들이 깨어나고 온전하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도와달라. 제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 등 고교생 2명은 피해자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 하고서 3시간 가까지 폭행을 가했다. 이 모습은 체육시설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피해자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A 군 등 2명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스파링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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