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면 따뜻한 마음과 함께 오가는 연탄나눔도 올해 부산에서는 보기 어려워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지역사회의 연탄 후원이 크게 줄었다.
16일 부산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탄 후원 개수는 16만2500장으로, 지난해(31만장)와 2018년(32만장)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재정 여건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후원금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지역 연탄 사용 가구는 총 1000여 세대로 추정된다. 연탄은행은 “1세대당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선 최소 700장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어르신들이 온전히 겨울나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탄 가격이 오른 점도 후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 연탄 후원은 전년도 대비 같은 금액을 기준으로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공장 연탄 수효의 감소와 함께 운송비까지 올라 연탄 한 장 가격은 지난해 대비 약 200원 증가한 950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가 이어지면서 자원봉사자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의 자원봉사자는 총 4300명이었지만, 같은 기간 기준 올해는 고작 980명의 자원봉사자만 모였다.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노년층은 예년보다 사용해야 할 연탄 수가 더 많아졌지만, 직접 봉사활동에 나서는 참여자는 날로 떨어지는 실정이다. 연탄을 배달하는 인력이 크게 줄어 올해 어르신들에게 직접 전달된 연탄은 고작 6만장이다. 지난해 전달된 15만장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봉사단 측은 연탄 나눔이 ‘봉사’가 아닌 ‘중노동’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1인당 부담해야 할 연탄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봉사단 측은 연탄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역 노년층을 위해 지난달까지 10~20명씩 모여 연탄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 해 중 연탄을 가장 많이 나눠줄 시기인 12월 들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자 대부분 봉사가 취소된 상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봉사활동은 전면 중단된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3월 봉사단은 연탄나눔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봉사단에서도 선뜻 연탄나눔에 나서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최근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 봉사를 진행하던 중 어르신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모습을 본 일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며 “17년간 봉사하면서 이렇게 상처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강 대표는 “좋은 마음에 봉사해도 거리두기 분위기 때문에 외부에 눈치가 보여 항상 죄를 지은 느낌이 든다”며 “예년이면 연탄이 떨어지기 전 항상 배달해드렸는데 요즘은 배달 일정조차 잡기 어려워 어르신들이 불안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