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전해야 모두가”…‘전국 첫 전수검사’ 강릉 선별진료소 북적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16일 14시 51분


16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2020.12.16/뉴스1 © News1
16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2020.12.16/뉴스1 © News1
“빨리 출근해야 하는데 큰일이네!”

16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 주차장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출근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A씨(53)가 차에서 잠시 나와 앞선 차량 대수를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A씨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아무 증상은 없는데 다들 검사를 받아야 한다니까 시간을 내서 나왔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최초로 전 시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릉문화원과 목욕탕에서 지역 내 ‘n차 감염’이 확산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릉시는 강릉아레나에 차량 내에서 문진과 검체 채취를 한번에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를 마련해 전수검사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1000명대를 찍은 이날 오전 이곳은 지난 3일 중 사람이 가장 많았다. 검사를 대기 중인 차들이 주차장을 뺑 둘러싸 ‘명절 고속도로’를 연상케 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차 안에서 10분가량을 대기해야 했다.

의료진은 “아침에 이렇게 많은 날이 없었는데 오늘은 아침에도 어제 오후만큼이나 오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전날까지 3131명이 이곳을 찾았고, 이날은 오전 10시30분까지 360명의 시민들이 검사를 진행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시민들은 주차장 왼쪽에 마련된 선별접수 천막에서 문진표를 받아 작성하고 검체채취 도구를 받는다. 이후 차량을 타고 4군데의 검체채취 천막에 각각 줄을 서고 대기한다. 차례가 되면 창문을 열고 이름을 말한 뒤 검체를 채취한다.

검사는 코와 입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PCR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사 과정에서의 감염을 막기 위해 차량 1대에는 최대 1명만 탑승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이상이면 나머지 인원들은 차량에 나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날 검사를 한 의료진은 코 깊숙이 면봉이 들어가 당황해하는 어르신을 상대로도 능숙하게 검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강릉아산병원 의료진으로, 시 인력만으로 검사량을 감당할 수 없어 이날까지 지원을 나온 것이었다.

의료진과 시공무원들은 검사 대응뿐 아니라 난로·핫팩에 겨우 기댄 채 맹추위와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올겨울 최강 한파가 불어닥친 이날 오전 강릉아레나의 수은주는 영하 4도를 기록했다. 칼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비닐천막으로 만들어진 진료소는 강한 바람에 좌우로 마구 흔들렸다.

한 의료진은 “그래도 몸은 방한복과 방역복을 겹겹이 입어서 괜찮은데 손이 너무 시려서 검사하는 데 힘이 든다”며 “의료진은 계속 알콜솜을 만져야하니 손이 더 시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강릉보건소에 마련된 야외 선별진료소에서도 추위와 싸우며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진행됐다. 꽁꽁 언 바닥 위에 세워진 대형 천막과 4대의 컨테이너가 진료소 역할을 대신했다.

이곳은 기존의 대면방식으로 검사가 진행됐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보다는 방문객들이 적었지만, 점심시간을 마치고 1시부터 오후 진료가 시작되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가족, 회사 동료들끼리 단체로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곳 역시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검사를 마친 남편이 아내의 검사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물론 단체 방문객들은 진료소에 들어서서는 1m 이상 거리를 두고 줄을 섰다.

강릉시가 시민 21만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할 수 있는 건 시민들의 협조 덕이 크다. 지난 여름 출범한 강릉 코로나 시민대책위원회는 전수검사를 위해 진단키트 2만개를 시에 기부했다. 1억원을 목표로 시작한 모금액은 현재 2억원을 훨씬 뛰어넘었다. 덕분에 시에서는 검사 비용만 부담하게 됐다.

다만 검사량이 누적되며 결과 통보가 늦어지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 만난 한 의료진은 “어제는 채취한 검체 1493건 중 1000건 정도 검사를 완료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원래 6시간이 드는데 인력에 한계가 있어서 조금씩 결과 통보가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강릉시는 지역 확산세가 안정될 때까지 기한 없이 전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주에 유례없이 한 주만에 3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중에는 경로 파악이 안 되는 분들도 있어 전수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아직 종료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주 3~400명으로 늘어난 자가격리자들이 안전하게 격리를 마치면 상황이 안정화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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