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지방정부가 이끈다]시민 주도 에너지 자립도시 만드는 광주시
내년에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새로운 전력 생산-공급 방식 도입
민간 ‘전력 직거래 플랫폼’도 추진
‘내가 사용하는 전기는 내가 만들어 쓴다.’
2045년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개념)을 달성하고 에너지 자립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광주시의 구호다. 광주시가 목표로 세운 탄소중립 달성 시기는 정부안보다 5년 더 빠르다. 이렇게 선도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방정부보다 앞서서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움직인 시민사회가 있었다.
○ 시민이 움직였다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았던 광주 시민들은 지난해부터 기후위기 대응 주체를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그 결과 올 2월 시민 600여 명이 모여 광주시민 선포식을 열고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을 구성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시청과 교육청, 구청 앞에서 ‘미래를 위해 행동하라’고 적힌 팻말을 드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들의 노력에 정치권과 교육계가 화답했다. 광주시의회는 5월 광주그린뉴딜포럼을 만들어 그린뉴딜 정책 연구를 시작했고, 광주시교육청은 기후환경교육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이어 광주시는 시의회, 교육계, 시민대표, 산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에너지자립도시 거버넌스’를 만들었다. 이 거버넌스에서 시민들이 탄소 배출을 줄일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광주시가 정책 반영 여부를 검토하고, 반대로 광주시와 시의회가 그린뉴딜 정책에 대해 시민들에게 협조 요청을 하기도 한다.
그린뉴딜 정책 수립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니 광주시의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시는 학교와 주택 옥상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적극 설치해 내년부터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고, 이후 신규 산업단지에 태양광 설치 비중을 늘려 에너지 자립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 재생에너지 거래 앞장
광주시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별도의 전력 시장을 조성해 직접 사고파는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내년부터 민간 사업자는 광주 북구 첨단산업단지 내 지정된 ‘에너지저장장치(ESS) 규제자유특구’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 충전해 전기차 충전소나 공공건물에 판매할 수 있다. 광주시는 특구 내에 대용량 ESS를 만들어 출력 조절 테스트를 진행하고 민간 사업자가 전력을 거래하는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 방침이다.
지금의 에너지 공급 방식은 석탄화력발전소 등 일부 지역에서 전력을 대규모로 생산해 전국에 보내는 중앙집중식이다. 향후 재생에너지 생산이 늘어나면 전력이 필요한 곳에서 바로 생산해 활용하는 분산식으로 공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 광주시가 선제적으로 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주시의 이번 시범사업이 향후 전력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주목하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광주시의 실증 사업이 제대로 진행돼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전환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라며 “민간에서 생산한 전력을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는 과정, 이후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과정 등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검증하고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함께 광주시가 그린뉴딜 사업으로 기대를 거는 것은 청정대기산업 클러스터다. 2022년까지 빛그린산업단지에 들어서는 클러스터에서는 산업·수송 분야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PM2.5)를 줄일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장비를 실증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마련된다. 대기오염 방지 기술에 대한 수요는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잦아지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광주시는 청정대기산업 클러스터 활용으로 지역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리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오염 문제 해소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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