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징계위, 마라톤심의 끝에 ‘정직 2개월’
6가지 징계사유 8개로 늘린뒤 정치중립 위반 등 4개 ‘징계 사유’
정직 2개월, 尹 임기종료전 복귀
권한 빼앗되 수위 조절 모양새… 해임땐 집행정지 가능성 고려한듯
“징계 양정(量定·헤아려 정함)에 대한 국민들 의견은 달게 받겠다.”
16일 오전 4시 10분경 정한중 법무부 징계위원장 대행(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결정을 했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하면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여러 측면과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결론을 냈다”는 말을 남긴 뒤 법무부 청사를 떠났다.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17시간가량의 마라톤 심의 끝에 내려진 결론은 정직 2개월이었다.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를 다수 확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징계를 강행했던 것에 비춰 보면 다소 모호한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 ‘秋라인’ 신성식, 징계 정족수는 채우고 기권
징계위 2차 심의는 15일 오전 10시 반 시작돼 징계위원 기피 신청과 증인 심문이 끝난 오후 9시 10분부터 징계 의결 절차에 들어갔다. 정 대행과 이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4명은 이튿날 오전 4시까지 7시간가량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위원들은 돌아가며 윤 총장의 개별 징계 사유에 대해 △징계 사유 인정 △불문 △무혐의 의결을 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청구를 할 당시 6가지 사유를 제시했지만 징계위원들은 그중 하나인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감찰 방해’를 세 가지로 분리해 징계 사유를 총 8개로 늘린 뒤 이 중 4개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징계위는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및 수사 방해,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대한 위엄과 신망 손상 등 4가지를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정 대행은 “위원들이 각각 해임 의견부터 정직 4개월, 정직 6개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며 “징계 양정이 (위원 간에) 일치가 안 돼 일치될 때까지 계속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신 부장은 최종 징계 표결에서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이 신라젠 취재 과정에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KBS 오보 기사의 출처로 지목돼 한 검사장으로부터 피소된 상태다. 이 때문에 윤 총장 측이 징계위 당일 신 부장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신 부장은 윤 총장의 개별 징계 사유 대부분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결국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는 정 대행, 이 차관, 안 교수가 최종 결정한 셈이 됐다.
신 부장의 기권을 두고 검찰에서는 “징계위 의결 정족수를 맞추는 역할을 이미 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신 부장이 검사인 만큼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며 책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정직 2개월, 치밀한 수계산 결과”
정직 2개월의 징계 수위를 두고 법조계에선 “법원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 등 후폭풍을 줄이고 임기 2년을 보장하면서도 윤 총장의 권한은 빼앗는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추 장관의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다. 만약 정직 6개월이나 해임으로 의결됐다가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또다시 인용될 경우 법원이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는 모양새가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등에서 여러 절차적 문제가 지적됐고 법원마저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줬던 만큼 징계위가 조심스러운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이미 징계위원 구성의 불공정성이나 방어권 미보장 등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징계위 결과에 법적 다툼을 예고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징계위원들이 징계 수위를 정하는 문제를 두고 매일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추 장관의 징계 의지만 일관되고 강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행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직 2개월 징계는 윤 총장의 공헌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윤 총장의 남은 임기도 생각했다”며 “이번 일을 맡은 것이 솔직히 후회되기도 하지만 공정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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