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에 불복해 17일 소송을 제기하자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등 소장에는 ‘원고 윤석열, 피고 법무부 장관’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재가해 효력이 발생한 처분인 만큼 법원은 최종 징계권자이자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정이 적법했는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소송의 실질적 피고가 문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 尹 복귀 여부, 다음 주 법원 결정에 달려
윤 총장은 법원에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정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직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이다. 법원은 이르면 다음 주중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부터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18일 담당 재판부를 정하고 3, 4일 뒤인 다음 주 안으로 심문 기일을 열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앞서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처분을 정지해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직무배제는 방어권이 부여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충분히 심리된 뒤에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며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기한이 정해진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이어서 법원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총장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등 수사에 차질이 생기고 내년 1월 인사 때 수사팀이 공중분해될 우려가 있다”며 2개월의 공백기간 동안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윤 총장은 바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이후 윤 총장은 주요 수사를 지휘하면서 동시에 정직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위원회가 인정한 4가지 징계 사유가 적절한지, 징계 절차가 적법했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 결정을 받아본 뒤 판결을 선고하려 할 수도 있다. 헌재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징계위원회 위원 전원을 지명하도록 한 검사징계법은 위헌”이라는 윤 총장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이다.
○ “댓글수사 막던 상사의 모습” vs “정당한 직무집행”
17일 공개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 의결서에는 향후 법정에서 다뤄질 쟁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주요 공안 특수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것에 대해 “법관 정보를 불법 수집했고 대검 간부들에게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징계위는 “문건을 통해 전교조 판사, 우리법연구회 법관 등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재판부를 공격, 비방, 조롱할 때 활용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문건에 전교조 판사란 문구는 전혀 없다. 징계위가 왜곡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소 유지(재판)를 위한 참고 자료였고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정보에 공판검사들의 경험담을 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된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며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못 하게 했던 수년 전 상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도 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감찰에 착수했던) 대검 감찰부에 감찰 중단을 지시했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해 (중앙지검의) 수사를 중단시키려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가 아니라 인권부에 사건을 정식으로 배당한 건 정당한 직무집행이었다. 수사팀과 대검 실무진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한 것”이라고 맞섰다.
징계위는 또 “퇴임 후 국민과 사회에 봉사할 방법을 찬찬히 생각해 보겠다”는 윤 총장 발언을 “정치 활동 가능성을 긍정한 것”이라고 판단해 징계 사유로 삼았다. 윤 총장은 “정치하겠다고 발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유례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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