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 급한데 주변에 학교가”…고민 빠진 당국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0.12.18/뉴스1 © News1

연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서울에서는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자치구는 생활치료센터 설치를 위해 시설 확보에 나섰지만 장소 물색에 주변 학교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 인근에 감염병 격리소를 만들려면 교육지원청 승인이 필요한 탓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심각한 점을 고려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원단체 사이에서는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8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산하 동부·서부·중부교육지원청 등은 최근 지역환경보호위원회(지역위원회)를 열었다.

지원청 관내 자치구들이 신청한 학교 인근 생활치료센터 설치계획을 심의하기 위해서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 제9조를 보면 학생 위생과 안전 보호를 위해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오염물질 배출시설을 포함해 감염병 격리소·진료소 등을 세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출입문에서 직선거리로 50m까지인 지역을 뜻하는 ‘절대보호구역’과 학교경계에서 직선거리로 200m까지를 의미하는 ‘상대보호구역’으로 나뉜다.

감염병 격리소·진료소 같은 경우 상대보호구역에서는 설치가 가능한데 교육지원청 지역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학습과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정을 받아야만 학교 인근에 생활치료센터 설치가 가능하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동부·서부·중부교육지원청 등은 각 자치구가 고려 중인 생활치료센터 전환용 일부 시설을 학교 인근 금지시설에서 해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분간 확진자 급증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다른 교육지원청에서도 지역위원회가 열리는 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도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서 생활치료센터 설치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현재 서울에서 확진자 병상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위원회 심의를 통해 인정받는다고 해도 다른 학교 주변에 생활치료센터를 또 설치할 경우 새로 심의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또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서울은 학교가 많다보니 학교 200m 밖에서 (생활치료센터 설치 장소를) 찾으려면 마땅한 곳이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에서도 교육환경법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률을 개정할 수도 있고 적극 행정으로 (심의 규제를) 푸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면서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려고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수도권 학교들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상태여도 돌봄교실 신청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면서 학생 안전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코로나가 심각하고 공공이익을 위해 학교 인근 설치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시험과 입시, 돌봄으로 학생들이 학교를 오가는 상황에서는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동선이나 접촉유의 등 제반 조치는 분명히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