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차관 ‘내사종결’ 논란…‘특가법 적용’ 힘들었나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20일 08시 15분


서울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0.11.29/뉴스1 © News1
서울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0.11.29/뉴스1 © News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내사종결’ 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특가법 적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초순 늦은 시각 서울 서초구 아파트 주변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목적지인 아파트에 도착한 택시 기사는 술에 취한 채 잠든 이 차관을 깨우려고 했으나 그는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이다.

택시 기사가 만류하자 이 차관은 행동을 멈췄다. 추가 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택시 기사의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원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이 차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단순 폭행’이다. 단순폭행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택시 기사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이를 반영해 같은 달 중순 이 사건을 내사 종결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경찰이 이 차관에게 특가법을 적용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가법 제5조 제10호의 1항은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가법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이 이 차관에 특가법을 적용했다면 내사 종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2015년 해당 조항이 개정됐다는 것이다.

특가법상 ‘운행 중’인 상황과 관련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가 포함됐다.

승차·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상황이라도 운전자가 택시 기사나 버스 기사 등이라면 ‘운행 중’으로 본 것이다.

경찰은 이 차관 사건 발생 당시를 특가법 상의 ‘운행 중’이라고 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특가법 규정에 대한 판례는 ‘공공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 운행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에는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한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의 시각은 이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 A 변호사는 “해당 법 조항의 입법 취지를 살펴야 한다”며 “운행 중 폭행 범죄 노출 빈도가 높은 직업군인 버스 및 택시 기사의 경우에는 일시 정차의 경우에도 피해를 인정하는 입법 취지를 보면 이 사건에서도 특가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2012년 8월 서울 강북구에서 한 승객이 강아지를 안고 버스에 승차하려다 버스기사가 제지하자 욕설을 하며 지갑을 쥔 손으로 버스기사의 머리를 1회 때린 사건이 있다.

당시 검찰은 특가법을 적용해 기소했으나 법 개정 이전이어서 법원은 단순 폭행죄만 인정했다. 이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특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당시 법제처는 개정 이유로 “버스 및 택시 기사에 대한 폭행 사건 중 0.69%만이 특가법이 적용됐는데 법원이 ‘운행 중’의 의미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면서 “‘운행 중’을 입법 취지에 부합하게 명확히 규정해 승·하차 중 발생하는 운전자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특가법 적용 여부를 놓고 사건이 어디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으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B 변호사는 “택시 블랙박스나 CCTV를 확인해 주변에 다른 차들이나 사람들도 통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폭행을 피하다가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놓쳐 사고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가법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C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확인해 폭행이 차량 내부에서 일어났다면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린 상태였다면 적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입건한 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따라 형사소추권 없음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며 “내사 종결하면 사건 자체가 기록되지 않는 것인데 경찰의 미흡한 사건 처리가 논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지난 19일 이 차관에게 특가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검찰에 그를 고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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