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료체계 붕괴 위기 신호탄
위중증 환자 278명 3주새 3배로… 병상부족에 치료센터 기준 변경
65세 이상-만성질환자도 입소… 민간병원 일반환자 ‘도미노 피해’
수술 연기등 의료공백 발생 우려… 정부 “국시거부 의대생 구제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시작 후 12월에만 입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숨진 확진자가 최소 1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일까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분석한 것으로 모두 자택이나 요양병원 등 코로나19 치료가 불가능한 곳에서 숨진 확진자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대기 중 사망’ 속출은 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알리는 비상등이다. 서울에는 이제 남은 중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여유 병상도 없다.
○ 병상 강제동원에 병원들 비상
중증환자 병상 부족 상황이 심각하자 정부는 국립대병원과 민간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내렸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의료기관 허가 병상 수의 최소 1%를, 국립대병원의 경우 1% 이상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으로 확보하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23일까지 목표의 60%, 26일까지 100%를 가동하라는 시한도 제시했다.
민간병원들은 매우 난감해하면서도 일단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기존 중환자 병상을 코로나19 전담 중증환자 병상으로 전환하는 걸 검토 중이다. 시설을 추가적으로 갖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질환을 앓던 기존 중증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존 중증환자 중에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일반병동으로 옮기는 등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위급하지 않은 수술을 3차 유행이 진정된 이후로 미루는 걸 검토 중이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심장이나 뇌 등 수술을 받은 환자는 통상 중환자실에서 이틀 동안 경과를 관찰하고 일반 병실로 옮기는데 여기에서 소요되는 병상도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현재 확산세가 장기화하면 자칫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에게 피해가 가는 도미노 현상이 불 보듯 뻔하다”라며 “급한 상황은 알겠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다른 사망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 현장을 모르는 조치다”라고 말했다.
○ 고령자·만성질환자도 생활치료센터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명 늘어난 278명이다. 1일 97명이었던 위중증 환자 수가 3주 동안 3배 가까이로 불어난 것이다. 또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보다 15명이 늘어 총 67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엿새째 두 자릿수다.
이에 정부는 20일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는 확진자 기준을 수정해 발표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 기저질환자라도 건강하다면 의료진의 판단하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존엔 65세 이상이거나 만성 기저질환자의 경우 생활치료센터가 아니라 병원에 입원했다. 병상 부족에 따른 고육책인 셈이다.
하지만 고령자의 경우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는 사례가 발생해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숨도 안 차고 경증이나 무증상이라던 환자가 갑자기 폐렴이 악화해 호흡곤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나오는 등 코로나19는 변칙적”이라며 “이들을 입원시키지 않는 조치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의대생 국시 구제 여부 고려”
의료 인력 부족에 정부는 올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미응시자 구제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 여론도 중요하다”며 재응시 기회를 주는 데 부정적이었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만약 정부가 실기 시험을 다시 연다면 2700여 명의 의료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응시를 포기한 본과 4학년 의대생 등을 합한 수다. 방역당국은 “내년까지 대유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