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61)는 요즘 같은 한파에도 매일 북한산으로 출근한다. 6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탁구장을 또 닫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탁구장이 영업정지에 들어간 건 올여름에 이어 두 번째. 집에 생활비를 갖다 준 게 언제인지 모른다. 5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사먹는데도 손이 떨린다. “노후는 진작 포기했어요. 방역대책이라 따르긴 하지만 매일 울고 싶습니다.”
김 씨를 포함한 국내 552만 명의 자영업자들은 올겨울이 유독 춥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경직적 주 52시간 근무제 등 누적된 악재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강타하자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최근 서울 대표 상권인 홍익대 앞 300m 골목(마포구 잔다리로, 독막로) 점포 40곳을 취재한 결과, 8곳이 최근 1년간 폐업했다. 나머지 32곳 중 매출이 늘어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월매출은 평균 65% 줄었다. 15년째 이곳에서 카페를 하는 30대 이모 씨는 평소 하루에 50만 원 넘게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주말 겨우 커피 2잔을 팔았다. 이 씨는 “홍대가 ‘유령 도시가 됐다’고 할 정도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윤모 씨(28)는 8일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된 뒤 아예 임시휴업 중이다.
이 골목에서 종업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은 11명이다. 장사가 안돼 올 들어서만 점포 16곳에서 직원 34명을 해고했다. 14명의 자영업자가 평균 4400만 원의 빚을 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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