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투’ 끝 새생명…아이 한번 못 안고, 엄마는 멀리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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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1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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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응급의료센터.2020.2.20 /뉴스1 © News1
제주대학교 응급의료센터.2020.2.20 /뉴스1 © News1
‘응애!’

지난 20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의 한 분만실에서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A씨가 긴 산고 끝에 마침내 건강한 아이를 낳는 뭉클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A씨는 아이를 품에 안지 못한 채 걱정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산을 코앞에 둔 만삭의 임신부였던 A씨는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8일 제주도 방역당국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소식이었다.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A씨의 가족이었다.

A씨는 곧바로 인근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숨 돌릴 틈 없이 20일 새벽 1시쯤 A씨에게 극심한 진통이 찾아 왔다.

제주도 방역당국은 자가격리 중이었던 A씨의 집으로 급히 구급차를 보내 A씨를 제주대병원으로 이송했다. 격리 상태를 유지해야 했던 탓에 A씨는 홀로 구급차에 몸을 실었고, 남편은 자차를 타고 따로 이동했다.

일찍이 제주도 방역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상황을 전달받고 A씨의 분만을 돕기로 했던 제주대병원은 즉시 코로나19 확진자에 준하는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A씨가 음성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격리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내린 A씨를 맞이한 건 온몸을 가린 레벨 D 방호복에 고글과 마스크, 이중 장갑에 덧신까지 착용한 의료진이었다.

A씨는 그 길로 방역·소독이 끝난 1인실로 옮겨져 격리됐다. A씨가 지나간 자리에도 곧장 방역·소독이 이뤄졌다. 이 때 A씨는 다시 한 번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제주대병원은 우선 진료 결과를 토대로 자연분만을 하기로 하고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의료진을 꾸렸다. 분만실에도 일찌감치 방역·소독 조치를 취했다.

살얼음 판을 걷는 분위기였지만 이날 A씨의 분만은 원만하게 이뤄졌다. 이례적으로 방호복을 입고 분만실에 들어간 의료진도 조마조마한 마음을 누르며 분만을 마무리했다.

출산의 기쁨도 잠시, A씨는 이후 돌아간 병실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앞으로 중합효소 연쇄반응(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 결과 24시간 이상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 확인돼야 아이와 만날 수 있다.

현재 아이는 신생아실 안에 격리된 공간에서 의료진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허상택 제주대학교 감염관리실 실장은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라며 “여러 사례를 봤을 때 아이가 코로나19를 갖고 태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기대감을 갖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정인보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 과장은 “A씨를 밀접 접촉자로 분류할 때부터 제주대병원과 신속히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해 왔다”며 “이에 따라 현재 A씨와 관련해 추가 방문지나 접촉자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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