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하라 유산 ‘친부 6 : 친모 4’ 분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2일 03시 00분


홀로 양육한 친부 기여분 인정
숨진뒤 찾아온 母, 절반 상속 못해

아이돌그룹 카라의 멤버 고 구하라 씨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갔던 친모에게 구 씨의 유산 절반이 아닌 40%만을 상속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남해광)는 17일 구 씨의 친오빠 A 씨가 친모 송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분할심판 청구 소송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민법상 구 씨의 유산은 친부모가 공동으로 절반씩 상속받게 돼 있다. 법원의 기존 판례에서는 부모 중 어느 쪽이 양육에 더 기여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절반씩 상속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이를 특별히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 씨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친부의 기여분을 인정해 친부가 전체 유산의 60%, 친모가 40%를 상속받게 했다. 재판부는 “부모는 이혼을 하더라도 미성년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다”며 “구 씨의 아버지가 약 12년 동안 친모의 도움 없이 혼자 양육한 것을 단순히 아버지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당연한) 부양의무 이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질적 공평을 위해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친부는 아들 A 씨에게 상속분을 양도하기로 했다.

구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생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집을 나간 어머니가 동생이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 동생의 재산을 상속받겠다며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아버지는 우리 남매를 키우려고 전국 건설현장을 돌며 일을 했다”고 말했다.

A 씨를 대리한 노종언 변호사는 “법원의 진일보한 판단을 환영한다”면서도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 입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구하라 유산#친모 상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