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마스 트리 옆 ‘임대·임대·임대’… 명동엔 캐럴 대신 한숨만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22일 08시 25분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20일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문구거리에서 한 자영업자가 텅 빈 가게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0.12.20 © News1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20일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문구거리에서 한 자영업자가 텅 빈 가게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0.12.20 © News1
“사람이 없어요 없어. 크리스마스 대목은 무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화려한 조명,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던 거리는 어느새 사람 없는 공간으로 변했다. 덩그러니 서 있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외롭게 조명을 반짝였고, 아이들을 기다리는 로봇과 인형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었다.

쓸쓸히 거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모두 “힘들다”며 한숨만 토해냈다. 이들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다.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21일 오전과 오후 명동과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를 다녀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으로 넘쳤던 이곳은 어느새 상인들의 한숨만 늘어난 거리로 변해 있었다.

명동역 6번 출구 앞에서는 ‘여러분이 곧 희망입니다’는 문구가 적힌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돼 있다. 트리 주변에는 사람 하나 없어 스산하기만 했다.

트리 옆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며 폐업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명동 거리의 분위기를 이 현수막이 대신 전해주는 듯했다.

이날 명동 거리는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명동에 즐비한 상점 종업원들의 바쁜 발걸음을 제외하면 사람이 없다시피 했다. 관광객이나 쇼핑객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상가는 곳곳이 비어 있었다. 한 블록에서만 화장품, 옷가게 등 7개 상점이 임대문의, 공사중, 임시휴업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운영하는 가게 모두 영업시간 단축을 알리는 안내문을 가게 곳곳에 붙이고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에 관광객이 줄어들고,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그나마도 있던 사람들이 밤9시 이후 발길을 끊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명동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난 중개업자 김모씨(40대)는 “업종 관계없이 모두 다 가게를 내놓고 있다. 30% 정도가 가게를 내놓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거리가 살아날지는 코로나19가 끝나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 붕어빵, 흔한 잡상인도 종적을 감췄다. 유명 칼국숫집과 냉면집은 휴업을 안내하고 있었다.

명동의 상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최모씨(60대)는 가게 안에서 휴대폰 영상만 틀어놓고 시간을 보냈다. 최씨는 “크리스마스는 무슨, 거리를 봐라. 쓸쓸하다고 말할 정도가 아니다. 누가 거리를 다니겠느냐”고 말했다.

귀걸이, 목도리 등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30대 남성은 “가게세가 한달에 3000만원이다. 그런데 한 달 매출이 고작 500만원이다”며 “한 달에 몇천씩 손해보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그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변화가 없냐’는 물음에 “지난해에는 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혀 크리스마스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요즘 계약기간이 끝난 상인들은 ‘로또 맞았다’며 짐을 싸서 나간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세를 내면서 억지로 나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방문하던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끔 들려 명동보다는 나은 듯 했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거리는 썰렁했다.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사장은 “작년엔 크리스마스 열흘 전부터 사람으로 가득 차 제대로 걸어다니지 못했다. 평일에도 그랬다”며 “지금은 지난해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데, 온라인 주문도 작년 매출만 못 하다”며 “크리스마스 대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구집에서 만난 사장 이모씨(50대) 역시 “작년에는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며 “저번 주말에는 문도 열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또 “온라인 판매를 한다고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내년 3월이면 문을 닫는 가게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문구점 사장 백모씨(50대)는 “아침에 출근해 물건 정리하고 나면 하루종일 할 일이 없다”며 “물건 판매가 아니라 정리가 제일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상태라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 같았던 크리스마스 대목마저 사라지자 자포자기한 모습마저 감지됐다.

한 상인은 간절한 소망을 얘기했다.

그는 “간절한 소망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부작용이 없어서 빨리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코로나가 감기처럼 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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