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 태동한 1세대 로펌들에 비해 후발주자로 꼽혀온 97년생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2기 리더십 체제를 가동했다. 창업자인 우창록 변호사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대신 3명의 공동대표가 새 도약을 이끌게 된 것이다. 율촌은 국내 로펌 최초로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모아 ‘정도를 걸으며 혁신을 지향하는 최고 전문가의 공동체’라는 비전을 정했다.
협업 통해 최고의 솔루션 도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강석훈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는 “협업에는 코세일(co-sale), 코워크(co-work),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세 가지 개념이 있다. 율촌의 협업은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으로 ‘1+1=3’의 결과물을 내놓는 최상위 단계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자신했다.
율촌은 기존 고객에게 로펌의 다른 팀을 소개해주는 공동영업(코세일)이나 조세 관련 케이스를 맡던 중 형사고소가 들어와 송무팀이 지원되는 수준의 공동작업(코워크)보다 한단계 진화한 ‘다분야 융합솔루션’을 지향한다.
강 대표는 “복잡한 세금 사건도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가 보는 시각이 모두 다르다. 브레인스토밍과 회의를 거듭하다 보면 혼자일 땐 보이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컬래버레이션으로 최고의 솔루션을 낼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 출신으로 세법 분야 1인자로 손꼽히는 강 대표 역시 법조 전문성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다른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차원이 다른 답을 낸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율촌의 비밀 병기인 ‘리서치팀’의 활약도 협업문화에서 나왔다. 율촌은 선제적인 법률시장 대응을 위해 2015년 3월 국내 로펌 최초로 자체 전문 리서치팀을 출범했다. 대기업 연구소, 언론사 기자, 법학 전공자 등 10년 이상 경력자 중심으로 구성된 리서치팀은 비법률적인 분야와 해외 사례 등을 분석해 변호사들과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법률가들과 비법률가들의 공조는 신산업 이해도 상승과 함께 고객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율촌은 올초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서비스에 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모빌리티팀과 리서치팀이 수년 전부터 모빌리티 포럼을 개최하는 등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을 대비해온 결과였다.
코로나 리스크 관리에서도 리서치팀의 역할이 컸다. 강 대표는 “록다운 등 상황이 심각했던 유럽 로펌의 재택근무 소식부터 법률 시장 및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등 각종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시대를 미리 예측하고 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택트’ 대비한 온라인 체제 갖춰
율촌은 지난해 여름부터 사내 변호사 교육과 세미나 등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제를 준비했다. 올 상반기 오픈한 율촌 온라인 아카데미는 외부에 무료 개방해 인수합병(M&A), 개인정보, 송무, 조세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최신 법률동향 등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접속자 수가 700명 가까이 되는 웨비나(Webinar)와 2주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는 250여 개의 동영상 콘텐츠는 기업 등 외부 손님들에까지 입소문을 탔다.
강 대표는 “원래 웨비나는 해외 고객들을 염두에 둔 플랫폼이지만 오히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각광받고 있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 율촌의 온라인 콘텐츠를 직원 교육용으로 쓸 수 있냐고 먼저 연락이 와 제공 협약을 맺기도 했다”고 말했다.
총 40여 개의 산업전문팀을 운영 중인 율촌은 지난해 초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 도산 등 3개 영역을 중점 전문팀으로 선정해 업무 전문성과 인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했다. 그 결과 쿠팡, 카카오 등 언택트 비즈니스 업체에 대한 자문이 늘고 번개장터, 모트롤BG, 티몬 투자유치 등 사모펀드 투자 자문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쿠팡 법무부사장 출신 이준희 변호사를 영입하며 핀테크팀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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