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사고 운전자 “운전 시켰다”…동승자는 “기억 안난다” 부인

인천 을왕리 사고 동승자 A씨(47). © News1

“대리를 불렀다. (호텔까지 대리가 오지 않아)편의점까지 (운전해서)가라고 했다.”

22일 오후 2시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일명 ‘을왕리 음주사망사고’의 가해 운전자 A씨(34·여)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다.

A씨는 이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사고 당일 있었던 그날의 순간을 전했다. A씨는 이날 호텔에서 친구와 친구의 지인인 동승자와 동승자의 후배와 함께 술을 마시고, 친구와 다툰 뒤 호텔에서 나와 동승자의 차량을 운전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언급했다. 또 동승자의 차량을 운전했다가, 한차례 편의점에서 멈춰선 뒤 오토바이 사망사고를 내기까지의 과정도 설명했다.

A씨는 “(호텔 8층 한 호실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집에 가겠다고 하자 친구가 말리면서 싸움이 났고, 친구를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동승자가 차키와 휴대폰을 챙겨 따라 내려왔고 엘리베이터에서는 동승자와 대리를 부르는 문제로 대화를 했다”고 했다.

이어 동승자의 차량 운전석으로 이동해 탑승한 것과 관련해 “1차에서 술을 마시지 않은 내가 동승자의 차를 운전해 호텔까지 이동했고, 평소 운전을 하는 습관 탓에 자연스럽게 운전석에 앉았다”면서 “기다려도 대리가 오지 않으니, 동승자가 ‘대리를 불렀다. (호텔이 외져 대리가 오지 않으니, 을왕리 해수욕장 입구에 있어 찾기 편한)편의점까지 운전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 “왜 바로 앞인 편의점까지 운전하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운전하라는 말에 집에 가고 싶어 운전했다”고 말했다.

A씨는 호텔에서 편의점까지 80m가량 운전을 한 뒤, 사고 지점까지 운전을 한 부분과 관련해 “동승자에게 ‘편의점까지 다 왔으니, 어떻게 하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이 (더 운전해서 가라는 취지로)손짓만 했다”면서 “그 손짓이 운전을 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여 그 당시 대리를 내가 다시 부르거나, 택시를 잡아 타는 등의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운전을 하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이날 3시간여에 걸쳐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 측과 동승자 변호인 측의 신문에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면서 어렵게 진술을 이어갔다. 진술 중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앓고 있으면서 정신적 불안감을 호소해 재판이 잠시 휴정되기도 했다. A씨는 재판이 끝나자 끝내 울면서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편의점까지 운전한 경위에 대해서는 비교적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며 진술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사고지점까지의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기억해내기 어렵다고 호소하며 눈물로 진술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법률적으로 윤창호법이 적용돼 공범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동승자 B씨(47·남)는 A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취지다. 이어 앞선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B씨 측은 여전히 음주방조의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교사의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술자리에 동승한 B씨의 후배도 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서 “B씨가 많은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변호사 측은 재판장의 “합의의 여지는 있나?”는 물음에 “동승자의 태도를 보면 사죄의 의사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생각해 전면 합의를 거절한 상황이다”면서 “동승자는 위험운전치사에 대해서 법리적으로 다투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교사의 점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점을 사죄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어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고, 진정한 사과가 없다면 합의 의사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B씨 측 변호사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아서 A씨를 신문한 것”이라면서 “음주방조는 책임져야 하지만, 다소 억울한 점이 있다는 취지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양측 주장을 정리한 뒤, 피고인 A씨와 B씨에 대해서 신문하기로 했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2월2일 오후 4시30분 열릴 예정이다.

A씨 등은 지난 9월 9일 0시52분께 인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2차로에서 만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고 400m가량을 시속 22㎞를 초과해 달리면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달리던 오토바이를 받아 운전자 C씨(54·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치킨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몰다 변을 당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발생 당일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B씨 일행 술자리에 합석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처음 만난 B씨의 회사 법인 차량인 벤츠를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의 면허취소 수치로 나타났다.

A씨는 검거 당시 경찰 조사에서 만취상태로 운전한 경위에 대해 횡설수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조사 당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면서 “대리를 부르자고 했는데, B씨가 음주운전을 하라고 시켜서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