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대신 ‘연말연시 특별방역강화’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거리두기 3단계 시행 시 사회·경제적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강력한 방역조치를 단기간에 우선 적용해 현 단계에서 확산을 꺾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22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연말연시를 맞아서 성탄절과 신정, 2번의 연휴가 방역 고비”라면서 “작은 모임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전국의 감염위험도는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월 16일부터 12월 22일 0시까지 1주간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6899명이다. 1일 평균 환자는 985.6명으로 하루 1000명 가까이 감염자가 발견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비수도권 환자까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1주 일평균 확진자는 708.6명으로 전체 확진자 발생의 71.9%를 차지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1주 일평균 확진자는 277명을 기록하고 있고, 경남권 75.4명, 충청권 63명, 경북권 56.9명, 호남권 38명, 강원 23.1명, 제주 20.6명을 나타낸다.
60대 이상 고령환자와 위·중증 환자도 증가세다. 60대 이상 환자는 지난 1주간 수도권에서 일평균 219.4명 발생했다. 전체 연령 일평균 확진자 708.6명 중 약 31% 수준이다. 또 위·중증 환자는 22일 0시 기준 281명으로 5일 전인 12월 18일 246명보다 35명 증가했다.
정부는 이처럼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데다 성탄절 휴일 관광객과 해넘이·해돋이 인파로 인해 추가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5인 이상 모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연말연시 특별 방역강화를 통해 추가 억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별방역조치, ‘사람 모이는 곳 봉쇄’와 ‘요양·종교시설 감염 차단’이 핵심
오는 24일 오전 0시부터 2021년 1월 3일 오후 12시까지 전국 시·도에서 5인 이상의 집합 및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제한하는 특별방역조치가 실시된다. 이번 특별방역조치는 Δ겨울철 인파가 몰리는 곳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Δ집단감염의 중심인 요양 및 종교시설 감염경로를 끊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큰 수도권에서는 23일 0시부터 우선 적용하며, 식당을 비롯한 모든 공용시설 등에서 5인 이상의 사적모임이 강력하게 금지된다. 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시설 운영자는 300만원, 이용자는 각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비수도권에서는 이 기간에 5인 이상 모임 자제를 강제력없이 권고하되, 식당 등에서의 5인 이상 모임은 수도권과 동일하게 금지한다. 특히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는 요양시설의 출입을 금지한다. 12월 13일~19일 1주간 발생한 신규 집단감염 사례 중 71.2%는 종교시설, 요양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겨울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스키장·스케이트장 등은 운영을 중단한다. 숙박시설도 전체 객실의 50%만 예약할 수 있어 해넘이·해돋이 명소로 몰리는 관광객을 쏠림을 차단한다. 기존 예약자의 경우 예약 취소 및 환불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
일부 내용은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방역조치다. 3단계의 경우 10인 이상 집합금지를 기준으로 생활 유지를 위한 필수시설 이외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제한한다. 반면 특별방역조치에선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 요양병원과 숙박시설 예약제한도 3단계에는 없던 강화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피하는 모양새다. 특별방역조치와 별개로 이번 주말 중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및 상향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특별방역조치를 밝힌 만큼 3단계 격상은 예상되지 않는다. 현재 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를 유지하거나 전국 2.5단계 격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3단계 직행 대신 특별방역조치 왜?…확산세 꺾을 자신감? 정무적 판단?
이번 연말연시 특별방역강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차이점은 방역의 초점이 기간산업 등을 제외한 연말 특수를 맞이 관광·숙박·서비스 등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데 있다. 3단계 시행으로 전국 모든 산업과 시설이 사실상 운영중단에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한 조치로 보인다. 적용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 단기간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지금 특별방역대책에서 겨울스포츠 시설들을 주목하게 된 것은 굉장히 많은 인구가 그 겨울스포츠 시설들로 모인다는 점 때문”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통해서 감염이 전국적으로 계속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3단계 격상에 따른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사회·경제적 피해다. 3단계에 들어가면 결혼식장, 영화관, PC방 등 약 50만개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조·생산기업도 근무 인력을 대폭 감축해 운영 제한에 돌입해 제품 생산 및 수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3단계 이후 추가로 내세울 만한 방역 대책이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관측된다. 10월 중순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불어나면서 현재 마지막 최종 단계인 3단계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더욱이 3단계 시행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지금까지 방역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지난 20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단순히 확진자가 늘어났으니까 강화된 거리두기가 필요하고, 3단계로 가야한다는 기계적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며 “3단계는 피할 수 있다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무적 판단 때문에 정부가 3단계 격상을 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역당국이 ‘최후의 보루’라고까지 언급한 3단계마저 시행하면 K방역의 실패를 자인한 꼴이 되고, 이후 비판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다. 물론 정부가 3단계 격상 대신 특별방역대책을 승부수로 택한 배경은 최근 확산 추이 변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사량 확대를 통한 확진자 조기 발견과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등에 힘입어 최근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번 연말연시 방역대책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신다면 코로나19의 상황들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가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3차 유행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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