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뒤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 학생들은 충남대 법률센터의 김권일 박사로부터 인권 침해, 소송 등 생활 속 법률 이야기와 판검사 및 변호사 등 법조인 직업에 대한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강의는 충남대(총장 이진숙)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인 고등교육 기회 확대 프로그램의 하나인 취약 계층 학생들에 대한 법 진로 특강이다. 지난해에는 대전 원도심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교육부의 ‘우수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인정받았다.
충남대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줌)과 유튜브 채널로 ‘영화 속 법 이야기’, ‘법학전문대학원 입학과 진로’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영화와 강연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집중도가 높았다고 한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전체 교육영상 조회 수는 4000회를 돌파했다. 특히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세종, 충남 등 타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영화만을 집중해서 감상해도 기초적인 법 지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법률 관련 진로에도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 국립대마다 확대하는 취약계층 지원
국립대는 교육부의 ‘국립대학 육성사업’ 지원으로 취약계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을 확대하는 추세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제도적 여건을 개선하며, 고졸 취업자와 중장년층을 위한 후학습자 전담 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국립대학으로서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이행을 위해 예년보다 훨씬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창원대(총장 이호영)는 취약계층 생활체육 지원을 하고 있다. 취약지역 4개 학교를 찾아가 312명을 대상으로 배드민턴, 탁구, 축구, 양궁 등의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목포대(총장 박민서)는 농촌 및 도서지역 중고교생 대상으로 찾아가는 실험실을 운영했다. 신안 안좌고 등 14개 학교를 찾아가 중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과학 교육을 실시했다. 대학 관계자는 “지역 중고교와 대학이 연계해 교육 양극화 해소와 공교육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장애인·다문화, 후학습자 프로그램도
지역과 대학 내 장애인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안동대(총장 권순태)는 다문화교육센터와 장애학생지원시설을 설립해 지역사회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습지원 멘토링, 진로직업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학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장애 성인 184명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한국복지대(총장 성기창)는 장애인 고등교육 수행 및 정책 연구기관이라는 대학의 목적성에 맞게 장애인 고등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장애인 고등교육 발전 방안 포럼’과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장애대학생 특성화 진로 지원 계획, 생애주기별 장애인 평등교육 체계, 장애인 고등교육과정 등을 구축했다.
청주교대(총장 이혁규)도 상대평가로 인해 학점 장학금을 받기 어려운 장애대학생들에게 장애정보와 지원동기, 소득분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9명의 장애재학생에게 생활 장학금을 지원했다. 대학 측은 “예비교사들의 다문화사회,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학습공동체 운영, 장애인 인권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직장인들을 위한 후학습자 전담 과정도 눈에 띈다.
한밭대(총장 최병욱)는 후학습자 맞춤식 교육으로 창의융합 교육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했다. 고령자에 대한 전문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에서 시니어 창의교육을 위한 역량 강화 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목포해양대(총장 박성현)는 해양 관련 마이스터고 등 고졸 취업자를 위한 ‘해사안전학시스템학부’ 개설을 추진 중이다. 백청강 목포해양대 특임교수는 “현재 15명 정원으로 준비 중”이라며 “해당 학부 신설로 조기 취업자들 및 중장년층의 전문성 확보와 교육 기회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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