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환자에 병상 119개, 의료진에 숙소 내놓은 의사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7시 18분


현대병원 응급의료센터 © 뉴스1
현대병원 응급의료센터 ©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수도권 병상 부족 사태가 일어나자 남양주시에 위치한 ‘현대병원(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이 자발적으로 119개의 병상을 내놓았다.

경기북부 민간 종합병원 가운데 처음이다.

현대병원은 지난 1월부터 매일 아침 코로나19 비상회의를 하며 대응해온 경기 동북부 거점병원이다.

뉴스1 취재진이 2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현대병원에 찾아갔다. 1층 안심진료소, 응급의료센터, 음압격리실 등은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방식으로 설계돼 새롭게 지었다.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현대병원은 감염병 대응에 최적화된 요새를 방불케 했다.

김부섭 원장을 만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지정 배경과 앞으로의 감염병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자발적으로 병상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수도권에서 즉시 가용 가능한 중증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치료를 기다리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등 의료붕괴가 차츰차츰 다가오고 있다. 서울 근교·수도권 일대에서 병상이 없어 전남 목포, 경북 상주·안동 등으로 이송하는 경기도민들이 생겨났다. 환자들의 가족도 생계가 있는데 어떻게 수도권에서 전남이나 경북까지 가서 돌볼 수 있겠는가. 우리 병원은 올초부터 코로나19에 긴밀히 대응해왔고 노하우와 중증환자 병상을 갖췄다. 우리 지역 중증환자를 우리가 돌봐야하지 않겠는가.

-병원 관계자가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될 위험도 있는데.
▶전국 40여개 상급종합병원들도 그 부분을 우려한다. 우리 병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가 중대위기 상황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 실수하면 병원 전체 폐쇄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위험성은 마찬가지다. 언제든 어떤 경로든 확진자 또는 확진자의 접촉자가 병원을 다녀갈 수 있다. 병원 폐쇄 위험을 이유로 코로나 관련 환자를 안 받더라도 예기치 못한 계기로 폐쇄하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 우리는 위험에 맞서고 줄이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확진자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늘 모색해야 한다. 확진자에 뚫려도 그 범위를 최소화하도록 병원을 설계하고 직원들을 교육하고 동선을 조정해야 한다.

-병상 확보, 의료인력 현황은.
▶총 375개 병상, 전문의 67명, 간호사 173명을 포함해 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중환자실 25개, 준중환자실 18개, 중등증(일반) 병상 76개 등 총 119개의 병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 병원은 ‘메르스’ 유행 당시 대응체계를 바탕으로 코로나 발생 후 1월부터 매일 아침마다 감염병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올초부터 중앙감시시스템 1대, 인공호흡기 15대, 이동형 환자감시장치 28대, 인퓨전 펌프 10대, 이동형 혈액투석장비 2대 등 다양한 의료장비를 마련했다.
▶다만 환자들을 소화할 인력이 부족하다. 중환자 25명을 감당하려면, 전문의 20명, 간호사 60명이 있어야 한다. 모두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기 때문에 근무교대 시간이 더 짧다.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경력있는 인력이 절실하다. 인력 문제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쉴 새 없이 치료하고 있다는데.
▶남양주시 그리고 인접한 포천시에는 노인요양시설이 많다. 이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터질 경우 하루 4~5명의 중증환자들이 우리 병원으로 와서 치료받았다. 지난 4월 경기북부 거점병원인 의정부성모병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으로 폐쇄됐을 때 119응급환자 등을 우리 병원도 상당수 소화했다. 하루하루가 감염병과의 치열한 격전이다. 대신 코로나19 대응 노하우를 축적했고, 8월에 또다시 유행이 왔을 때는 더욱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 후 상당한 투자와 보완을 통해 장비를 확보하고 병상을 늘렸다.

-감염병 전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의료진을 위해 숙소도 마련했다던데.
▶환자를 돌본 의료진들은 상시적으로 감염병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에 집에 귀가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본인으로 인해 자녀와 부모 형제 등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을 늘상 갖고 있다. 이들의 짐을 다소 덜어주기 위해 병원 근처에 숙소도 5곳을 확보해 계약했다. 최소 10여명의 의료진들이 이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매우 위중한 코로나19 환자는 어떻게 대응하나.
▶연로한 기저질환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진 후 초기 사나흘이 고비다. 다발성장기부전(몸의 장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에크모(ECMO, 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 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 치료로 생존율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코로나19 관련 몽골환자 6명이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았는데 그중 1명이 사망했다. 증상이 매우 위중하면 마지막 생존 가능성을 위해 상급 대형종합병원으로 가서 치료받을 기회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난해한 부분이 많다.

-코로나19 해결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감염병 관련 노하우를 갖춘 지방거점병원에서 1차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위중한 환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의료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현재는 병상이 포화되는 등 환자 배정 문제로 의료체계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는 실정이다. 의료붕괴가 초읽기에 봉착했다. 어렵더라도 코로나19 의료전달체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시범모델 역할을 우리가 맡았고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뷰 말미에 김 원장은 코로나19 치료에 전념하느라 주변인들에게 미안하고 또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게는 동료 의사이자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인 딸(32)의 결혼식이 지난주 일요일(20일) 열렸다. 현대병원 응급실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딸은 사흘 전 조촐한 식을 올린 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 김 원장은 지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또한 지난 21일부터 김성덕 전 중앙대의료원장이 현대병원에서 의료원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김 의료원장은 당초 내년 1월4일부터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사태가 엄중해 21일부터 근무에 돌입,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 의료원장은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11년간 중앙대의료원장으로 재임했으나 휴식기를 갖지 못하고 감염병 최일선 현장에 투입됐다.

김 원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최우선이다. 하루하루 확진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불안한 세상을 살고 있다. 국가적·전세계적 재난상황일수록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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