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홍보하기 위해 ‘쥐 죽은 듯 집에 머물러 주세요’라는 문구의 포스터를 올렸다가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자 결국 삭제했다.
부산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들고 예민할 수 있는 시점에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시민 여러분께 불쾌감을 느끼게 해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부산시는 “2020년 쥐띠 해의 마지막은 쥐 죽은 듯 집에 머물러 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이미지를 올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쥐 죽은 듯’이라는 표현에 항의가 빗발쳤다.
게시물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좋은말이 얼마나 많은 데…국민을 쥐로 보나”, “강압적인 느낌이 들고 기분 나쁘다”, “공식적으로 쓸 말은 아니다”, “보통 쥐 죽은 듯 조용히 하라고 명령하는 목적으로 쓰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관용적인 표현이다”, “별 생각 들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21일 “부산시는 ‘쥐’의 해에 ‘쥐 죽은 듯’ 있으라는 말로 자신들의 재치에 감탄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시의 말장난에 한순간에 부산시민과 국민은 ‘쥐’가 되어 버렸다. 빛도 없고 출구도 없는 어둠 속에 갇혀 절망하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모두 부산시의 희화와 조롱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라며 “국민을 ‘쥐’로 희화하고 조롱한 부산시는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부산시는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통해 “올해가 쥐띠 해라 ‘쥐’와 연관된 표현을 사용해 연말 모임과 약속 자제를 당부드리고자 기획됐다. 지역사회 감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외출과 모임 자제를 보다 강하게 표현하고자 ‘쥐 죽은 듯’이라는 관용구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가뜩이나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린 상실감과 허탈함에 젖은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산시 공식 SNS에서는 앞으로 보다 세심하게 살피고 신중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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