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확보 늑장대응” 논란에…靑·전문가 ‘이유있는 반론’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23일 14시 49분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경기 성남 소재의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 연구실에서 이건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팀장으로부터 세포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15/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경기 성남 소재의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 연구실에서 이건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팀장으로부터 세포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15/뉴스1 © News1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 정부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내년 1분기 내 백신 접종이 불투명하다고 인정한 상태다.

백신 확보전 늑장대응 논란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설왕설래는 여전하다. 책임론과 별개로 과도한 정쟁화는 우리 정부의 백신 물량·가격 협상력을 떨어뜨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국제 제약사 화이자·얀센·모더나 등의 백신 1분기 국내접종 가능성과 관련 “현재는 없다”며 “해당 업체들과 계약이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서도 “내년 1분기 공급 시작이 약속돼 있다”면서도 “1분기 언제라는 것은 특정이 안 돼 있다. 우리는 2월부터 시작하고 싶지만 3월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가 내년 1분기 중 백신 접종이 불투명한 상황을 인정하자 정부 비판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확보 의지에 의구심을 표했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백신확보 지시 관련 발언을 상세히 전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마치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발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공개했다. 그러면서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백신확보전에서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보다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일 수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국가와 백신 개발국 등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의 목소리도 높다.

23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 국가는 6개국으로, 220만명 가량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 65만 여명, 미국 61만 여명, 영국 50만 여명, 러시아 44만 여명 순이다. 대부분 백신 개발국이거나 코로나19 확진세가 심각한 국가들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백신이 막 개발된 상태에서 효과와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자국에서 자체 개발한 백신의 접종을 시작했지만 국제 의학계에서는 안전성 및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다른 백신들도 안정성을 확실히 담보했다고 보기엔 임상결과가 적다.

백신 확보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의 경우 결과론적으로 정부가 감수해야 할 비판이지만 마냥 손놓고 있었다는 주장은 과도해보인다. 우리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도입추진 당시 개발속도가 가장 빨랐지만 임상이 지연되며 접종가능 시기가 순연됐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한 관계자는 “복지부도 백신개발 초기부터 해외 제약사들과 접촉, 백신 선구매 요청도 받았지만 당시엔 매우 높은 가격을 제시해왔다고 한다”며 “당시 코로나19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에서 제약사의 높은 가격제시에 그대로 응하는 것도 협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선구매에 매달려 대당 수십만원대 높은 가격으로 계약했다면 혈세를 낭비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졌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 비추어 협상 전반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구매를 두고 정부를 압박하면 할수록 제약사와 협상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화이자 백신 1회분은 15.5유로(약 2만원)가량으로 공급되고 있다. 총 2회를 접종해야 하니 1인당 4만원꼴이다. 선협상에 매달려 제약사가 제시하는 매우 높은 가격을 수용했다면 향후 추가 백신물량 자금을 마련하는 데 차질을 빚었을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여러 유력 제약회사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며 백신 확보 노력에 보다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은 정부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백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국민의 60~80%가량이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 제약사와 다방면으로 백신확보 노력을 경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선 현재 상황에서 1분기 접종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향후 백신 확보 역량에 집중하는 한편, 방역체계를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백신 접종 시작 이후에도 효과를 보려면 반년 이상이 필요한 만큼 제약사와의 협상 전략을 가다듬는 한편, 방역현장에서 긴 호흡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년 11월까지 2000만~2500만명 정도 접종을 고려하면 유행 자체는 꺾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제대로 (집단면역) 형성이 되려면 2022년 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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