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관리도우미들이 알려주는 올바른 재활용 분리배출 방법
페트병은 찌그러뜨려 버리고 택배상자는 테이프 떼고 배출
음식물 제거 어려운 플라스틱은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게 정답
“너덜너덜해진 마스크를 왜 재활용으로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자원관리도우미로 일한 배선숙 씨(60·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배 씨는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아파트 주민들이 재활용이 되는 줄 알고 잘못 버린 쓰레기들을 골라냈다. 고춧가루가 묻은 도시락 용기, 라벨이 붙어 있는 페트병, 휴지, 쓰다 버린 마스크까지 잘못 버려진 것이 너무 많았다.
환경부가 재활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자원관리도우미가 14일 활동을 끝마쳤다. 올 상반기 비닐과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년 동기 대비 11.1%, 15.6%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배달 음식과 택배가 늘면서 제대로 분리배출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 422억 원을 들여 자원관리도우미 1만여 명을 9월부터 아파트, 재활용품 선별장 등에 순차적으로 배치했다. 이들은 아파트에서 주민들에게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홍보하고, 선별장에서 재활용품 속 이물질을 골라냈다.
○ 자원관리도우미들이 꼽은 분리배출 ‘오답 사례’
가장 흔하게 잘못 버려지는 쓰레기는 뭘까. 본보가 아파트 자원관리도우미로 일한 10명에게 물었다. 이들은 △라벨 안 뗀 페트병 △음식물 묻은 재활용품 △테이프 붙은 택배상자를 분리배출이 안 되는 사례로 꼽았다.
페트병에 붙은 라벨은 재활용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라벨은 페트(PET)와 다른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제대로 재활용을 하려면 라벨을 제거한 뒤 한 번 헹궈 페트병 속 이물질까지 제거해야 한다.
기업이 제품 생산 단계부터 라벨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원관리도우미 신모 씨(48·여)는 “주민들에게 ‘기업이 라벨을 떼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소비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음료와 생수 페트병에 일반 접착제를 바른 라벨 사용을 금지하는 등 라벨을 보다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중엔 칼이나 가위 없이 라벨을 제거하기 어려운 제품이 많다.
음식물과 테이프 같은 이물질도 제거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음식물을 제거하기 어려운 용기라면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게 낫다. 택배에서 분리한 송장과 테이프 역시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25일부터 전국의 아파트에서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 투명한 통이더라도 간장통, 테이크아웃 컵 등은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 플라스틱으로 버려야 한다.
○ 재활용 대상으로 착각하기 쉬운 ‘일반 쓰레기’
자원관리도우미들은 재활용이 될 거라고 착각하기 쉬운 쓰레기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과일 포장재가 있다. 일반적인 스티로폼 상자와 재질이 다른 데다 작고 가벼워서 대용량으로 따로 모으지 않는 한 재활용이 어렵다. 몸체가 플라스틱인 칫솔도 칫솔모는 다른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재활용이 안 된다. 모두 종량제봉투에 넣어야 하는 일반 쓰레기다. 고무장갑이나 슬리퍼도 플라스틱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다양한 재질이 혼합되어 있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자원관리도우미들은 사람들이 알쏭달쏭한 쓰레기들은 재활용으로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아이스팩을 버릴 때도 주의해야 한다. 내용물이 물인 아이스팩은 가위로 잘라 물을 버린 뒤 포장재만 비닐로 버리면 된다. 그러나 내용물이 젤인 아이스팩은 통째로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젤에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내용물을 하수구에 버리면 수질이 오염된다.
자원관리도우미들은 공통적으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분리배출은 최대한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에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생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조금의 불편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자원관리도우미는 “분리배출에 대한 지식이 있어도 귀찮다는 이유로 안 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각자 조금만 신경 쓰면 재활용의 질이 더욱 높아진다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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